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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이야기]우리나라 은행권의 숨은 이야기

2018-07-11기사 편집 2018-07-11 0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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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인류 최고의 '사회적 기술'이다. 화폐의 역사는 곧 인류 사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디자인은 인물, 건축물, 풍경과 각종 문양 등을 제한된 면적에 표현하는 작업 또는 그 작업의 결과로 표현된 형태로, 나라마다 다양하다. 인물 초상은 주로 앞면에 배치하고, 건축물이나 자연경관 등은 뒷면에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 은행권 디자인의 주인공으로 여성이 처음 등장한 때는 언제일까. 2009년에 첫 발행된 오만원권의 신사임당이 처음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 이전에 여성 모델을 사용한 은행권이 있다. 1962년 발행된 백환권에 채택된 모자상이 그 주인공이다. 백환권은 국민의 저축의욕을 북돋기 위해 흐뭇한 표정으로 저축통장을 들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을 디자인 소재로 했다. 당시 조폐공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한 여성은 어느 가을날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도안실장의 권유로 덕수궁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 사진이 백환권에 등장한 한복 차림 어머니의 디자인 소재로 쓰이게 됐다. 하지만 이 백환권은 하지만 발행된 지 20일만에 유통이 금지돼 역사상 가장 단명한 은행권으로 기록됐다.

경제성장과 함께 1972년 석굴암과 불국사를 소재로 한 만원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종교계 일각의 반발로 취소됐다. 1972년 발행된 오천원권의 율곡 이이 초상은 서양인처럼 코가 오똑하고 눈매가 날카로와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돈에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문화유산도 그려져 있다. 만원권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을 배경으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와 용비어천가가 디자인돼 있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는 조선 시대 임금의 상징물로,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그림이다. 용비어천가는 한글로 창작된 첫 작품이다. 만원권 뒷면에는 우리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해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광학천체망원경이 그려져 있다. 혼천의는 조선 현종 10년(1669년)에 송이영이 제작한 혼천시계의 일부분이다. 시간과 날짜, 계절을 보여주는 다목적 시계로, 국보 제 230호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제작된 별자리 그림으로, 조상들의 독창적인 우주관을 보여주는 과학 문화재다. 광학천체망원경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렌즈의 지름이 가장 큰 망원경으로, 영천 보현산 천문대에 설치돼 있다.

오천원권에는 앞면에 율곡 이이의 초상과 오죽헌이 있다. 오죽헌은 율곡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 건물의 하나로 보물 제 165호다. 집 뒤뜰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뒷면에는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가 있다. 풀과 벌레를 묘사한 그림이다.

천원권 앞면 인물은 퇴계 이황이다. 함께 디자인된 명륜당은 퇴계 이황이 수차례 대사성을 지냈던 성균관 안에 위치한 건물로, 유생을 교육시키는 곳이다. 명륜당 지붕 위로 그려진 매화는 4군자의 하나로 퇴계 선생이 생전에 가장 아꼈던 나무다. 뒷면에는 퇴계 이황이 은거한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주변 산수를 담은 겸재 정선의 대표작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실려 있다. 보물 제585호다. 1973년 만원권이 나온 지 36년만인 2009년에 오만원권이 발행됐다. 앞면에는 신사임당 초상을 배치하고, 뒷면에는 월매도(月梅圖)와 풍죽도(風竹圖)가 세로 방향으로 인쇄된 점이 특징이다. 김재민(한국조폐공사 디자인연구센터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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