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신입간호사의 적응 여정

이저훈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동2팀 팀장.
이저훈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동2팀 팀장.
심신이 불편한 환우들 곁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간호사의 적응 과정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따른다.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신과 소명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장기간 근무하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대학병원이다. 이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간호부는 신입간호사의 입사 1주년 축하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Cheer up day`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그동안 이 행사에서는 신입 간호사들이 1년 간의 생활을 담아낸 글을 발표하는데, 가장 감명 깊었던 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안녕,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기들아. 간호사라는 호칭이 어색했지만 익숙해 져가고 있네. 지난해 설레는 마음으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 입사해 그동안의 생활을 영화로 표현해보자면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같았어. 입사하던 날 가족과 떨어져 타지 생활을 시작했던 `슬픔이`가 있었고, 이곳에서 과연 잘 해낼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던 `소심이`가 있었고, 하지만 병동 선생님 그리고 환우와 보호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쁨이`가 있었어. 처음엔 슬픔이와 소심이가 내 안에 가득해 하루하루가 무섭고 힘들었었어. 특히 다음날 근무가 데이(아침 근무)이면 밤 9시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일 아침 출근 후 할 일들에 대해 미리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치곤 했었어. 그리고 혹시나 근무시간 동안 컨디션이 악화된 환우가 있는 날에는 상태가 걱정 돼 퇴근 후에 한참 멍하니 있고 밥도 잘 못 먹고 했었어.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어. 그동안 잠을 잘 못자서 그런지 요즘은 잠이 너무 많아 탈이야.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도 어찌나 많은지 유니폼이 자꾸 작아지는 것 같아. 요즘은 내 안에 기쁨이가 가득한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행복해. 갓난 아이처럼 한걸음씩 걸음마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뛰려고 준비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의기소침 할 때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보호자의 질문에 당황스러워하면 선배 선생님이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서 해결을 해주시고, 근무 후 맛있는 치맥으로 격려와 힐링을 해주시곤 했어. 파트장님(수간호사)께서는 어쩜 그리도 내 컨디션을 귀신같이 잘 파악하시는지 자신감이 저하될 때 마다 손을 잡아주시며 용기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항상 내편이 돼 주시곤 했어. 내편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적응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아. 또한 나의 작은 간호가 몸과 마음이 아픈 환우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차츰 느끼게 돼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스스로 자랑스러웠어.`

신입 간호사로서의 적응기를 동기 간호사에게 소개한 내용이다. 글을 읽다 보면 입사 후 가장 힘든 1년의 기간을 지혜롭게 적응한 마음이 따뜻하고 현명한 간호사임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힘든 여정을 겪은 신입 간호사들을 위해 대전성모병원은 `Cheer up day`와 같은 칭찬과 격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의 간호를 받는 환우의 안녕을 위해 의로운 헌신을 하고 있을 모든 간호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저훈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동2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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