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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쌈짓돈

2018-07-09기사 편집 2018-07-09 19: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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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서는 순간 본인과 가족들의 밥값, 의복비는 물론 심지어 화장실 휴지 구입비 등 생필품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대통령과 가족들이 사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청구되는 것이다. 퍼스트레이디에게 필요한 스타일리스트 비용도 대통령이 내야 한다. 다행스러운 일인지는 모르지만 백악관 건물 임대료는 내지 않는다. 백악관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을 개인 비용으로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공적인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비용은 모두 청구하고 대통령의 월급으로 지불된다. 철저하게 사적 업무와 공적 업무를 나눠서 처리하는 합리적이고, 당연한 모습에 미국 민주주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은 백악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참여연대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은 충격적이었다. 각 교섭단체 대표들은 매월 6000만 원의 눈먼 돈을 자기 지갑에서 꺼내듯 사용해왔다. 국회 상임위원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달 600만 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법사위원장은 매달 1000만 원의 돈을 추가로 받았고 이 돈은 간사와 위원, 수석전문위원들에게 골고루(?) 지급됐다. 이 같은 비용은 모두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지 않는 눈먼 돈이다. 기획재정부의 관련 지침을 보면 특활비는 원래 기밀 유지에 필요한 정보 활동과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지만 국회에서 사용돼 왔던 특활비는 이런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경비와 달리 특활비는 영수증도 필요하지 않고, 어디에 어떤 형태로 쓰였는지 추정할 뿐, 쓰인 곳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분노했다. 일부에서는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특활비 내역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사회 곳곳의 특권 등에는 눈에 불을 켜고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왔지만 정작 자신들의 특권에는 관대해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는 공염불이 되기 일쑤였다. 국민 여론이 차가울 땐 모든 특권을 내려놓을 것처럼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쌈짓돈처럼 써온 특활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 싸늘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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