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들의 잇단 성비리가 충격을 주고 있다. 해군 장성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육군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 군 기강 해이 차원을 넘어 계급을 앞세운 전형적인 범죄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고도 국방을 책임지겠다고 하고 있으니 국민 불신이 커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선진국처럼 독립적인 성대응 기구 설치 등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내 성범죄는 갈수록 증가세다. 2013년 32건이었던 게 지난해에는 68건으로 급증했다. 계급이 우선시 되는 데다 남성중심적인 억압적 병영 문화가 낳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지 점검할 일이다. 현재 군내 약자인 여군의 규모는 1만 명에 육박한다. 전체 군의 5.5%인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까지 늘릴 계획이고 보면 성비리 방지뿐 아니라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운영해온 성범죄 특별대책 TF도 제 역할을 해왔는 지 의문이 든다.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번진 걸 계기로 활동해왔지만 비슷한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TF에는 지난 2월부터 4월 말까지 약 50일 동안 29건의 성범죄 사건이 접수됐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대다수였다는 걸 확인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하지만 진급 불이익 등의 피해를 우려해 쉬쉬하며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는 더 있을 것이다.

군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으로 병영 내 그릇된 성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주말에도 여성 6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성평등 시위를 벌였다. 지위와 권력을 악용한 성차별과 성비리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외침이었다. 예방 교육과 강력한 처벌 이상으로 시급한 게 성범죄 전담기구의 상설화다. 그래야 신고와 내부 고발이 이루어진다. 군의 특수성에 맞춰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면 엄정한 사건 처리와 2차 피해 예방이 도움이 된다. 나아가 군에서도 양성평등이 자리잡도록 제도 보완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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