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이행` 방안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해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개최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회담 뒤 폼페이오 장관은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뤄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회담 "결과는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북미간의 비핵화 셈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회담이 조속히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고위급이 마주 앉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논의가 구체화 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북한 외무성 담화를 보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와 핵·미사일 시설 신고문제를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정작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안전보장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모양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이나 평양에 머물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주장하는 북한과 `검증 위주의 선(先)비핵화 방식`을 고집하는 미국의 기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고위급회담 결과를 두고 미국 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특히 외무성 담화에 대해 "협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이라며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기는 하다. 이번 회담은 첫 고위급 만남이자 비핵화 셈법이 서로 다른 것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둘 수가 있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차근차근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다만 판을 깨지는 않겠지만 북미대화를 장기간 끌고 가려는 북한의 의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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