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해 야생동물이 빈번하게 출몰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충북에서만 4376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고, 고라니도 3만 2189마리나 붙잡았다. 멧돼지의 경우 매년 3배 이상 포획량이 늘어나는 추세고, 고라니 역시 전년 보다 2배 넘게 증가한 수치이고 보면 실상이 어느 정도인 지 알 만하다.

지방자치단체 마다 유해 야생동물과의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해 충북에서 야생동물 피해를 입어 지급된 농작물 보상액이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금액 기준 전년 대비 72.8% 늘어난 8억 1400만 원이나 된다. 건수도 697건에서 143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농작물 피해예방사업에 9억 2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지만 조기 소진이 불가피하다. 유해조수 자율구제단 등의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멧돼지는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포식자지만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무섭게 불고 있다. 지난해 국립 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6마리로 전년도 4.9마리, 5년 전 4.3마리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피해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전기울타리와 폭죽·은색테이프 등 온갖 퇴치도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유해 야생동물의 개체수 조절 등 대책 수립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된다. 먼저 지역에 따라 개체수를 파악해야 보호와 피해 방지 사이에서 균형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피해보상액도 대폭 늘려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바란다. 전기울타리를 비롯 방조망과 철조망 등의 설치 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난개발과 산림파괴를 막아 야생동물 서식환경을 보전하면서 인간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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