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마다 유해 야생동물과의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다. 지난해 충북에서 야생동물 피해를 입어 지급된 농작물 보상액이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금액 기준 전년 대비 72.8% 늘어난 8억 1400만 원이나 된다. 건수도 697건에서 143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농작물 피해예방사업에 9억 2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지만 조기 소진이 불가피하다. 유해조수 자율구제단 등의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멧돼지는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하는 포식자지만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무섭게 불고 있다. 지난해 국립 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6마리로 전년도 4.9마리, 5년 전 4.3마리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피해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전기울타리와 폭죽·은색테이프 등 온갖 퇴치도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유해 야생동물의 개체수 조절 등 대책 수립을 더 미루어서는 안 된다. 먼저 지역에 따라 개체수를 파악해야 보호와 피해 방지 사이에서 균형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피해보상액도 대폭 늘려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바란다. 전기울타리를 비롯 방조망과 철조망 등의 설치 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난개발과 산림파괴를 막아 야생동물 서식환경을 보전하면서 인간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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