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미의 독립영화읽기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세일러복과 기관총` 때문인지 소마이 감독은 데뷔작인 `꿈꾸는 열다섯`부터 `세일러복과 기관총`, `숀벤 라이더`, `이사`, 그리고 `태풍클럽`까지 아이들(일부는 당시 정상급 아이돌이었다)이 주인공인 영화를 다수 찍었다. 그는 주어진 조건 하에 성공적인 영화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스튜디오 감독이었고 자신도 거기에 크게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자기만의 것을 숨겨놓으려 했다. 항상 그의 영화를 볼 때면 아이들과 어른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른의 세계가 사라지고 그 안에서 어른을 가장한 아이들만이 영화 속 세계를 장악한다. 그리고 그 안엔 죽음의 이미지가 되풀이된다.
그것은 소마이 감독이 일본 영화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던 것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일본의 유명 감독들로 인해 외부의 시선은 `일본 영화`를 구로사와, 미조구치, 오즈의 식으로 규정했다.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자신과 동세대 감독들은 늘 자신만의 `일본적임`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했다. 그렇기에 소마이 감독에게 성장이라는 것은 늘 돌파할 수 없는 난관, 지속되는 실패, 즉 상징적인 죽음으로 드러난다.
영화 속 죽음들은 아이들에게 분명한 충격을 준다. 그렇지만 죽음의 틀 안에서 즐거움을 표출하고 그 안에 뛰어드는 대범함을 보여주었던 아이들은 정작 미카미의 죽음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실제 육체의 죽음 앞에서 인물들은 침묵하고 실패만을 느낄 뿐이다. 야망은 꺾였고 실제를 마주했을 때는 침묵한다. 그리고 그런 공허함만을 안고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소마이 감독에게 성장과 죽음은 그런 것이다. 성공 불가능한 성장, 침묵만이 가능한 죽음. 그렇기에 자신 역시 "패배만이 가능한" 감독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그만의 영화 만듦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그의 영화를 볼 때면 즐거움보다는 우울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살아 있고, 살아야 할 우리 자신의 모습을 처연하게 보는 것처럼.
장승미 대전 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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