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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병배 칼럼] 충청, 포획되다

2018-07-04기사 편집 2018-07-04 18: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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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심사냥이다. 6·13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충청에도 역대급 민주당 태풍이 휩쓸었다. 당락 성적표가 넉넉히 증명한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여당에게 정치적으로 '포획'된 충청이며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 결과는 나타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선거민주주의의 요체는 다득표 원칙이고 또 경쟁을 통한 민주당 성취가 혁혁해 보이는 점을 부정하지 못한다.

충청에서 민주당이 명실상부한 주류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다. 4개 시·도 지방권력을 수성했고 적당한 긴장관계여야 할 지방의회도 민주당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상당 기간 민주당 천하의 질서가 작동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할 것이며 프로야구 용어를 차용하면 투·타 겸업이 가능한 '이도류' 선수처럼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중요한 것은 여권 위계지형내에서의 충청의 포지셔닝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여권의 인적 자원들이 두각을 드러내면 비중이 올라갈 것이고 여전히 권력 접근성 면에서 경직성을 보인다면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다. 충청의 현실은 집권여당의 권력 총량 면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 청와대, 내각, 주요 권력기관 등을 통틀어 머릿수를 헤아려보면 알 수 있는 문제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빈약하고 빈곤한 수준이다.

지방선거에 내재된 지역 민심은 지역 정치권이나 여당 사람들에게 한 역할들을 해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세력에 속해 있는 이상 이는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숙명 같은 것에 비유된다. 여당 정치인이 돼서 존재감은 엷어지고 어쩌다 운 좋게 자기 감투 하나 덤으로 건지는 것에 만족하는 식의 행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지역사회는 주목한다. 한번 붙어 볼 기회이고 뚜껑을 열기까지는 무슨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지역의 흥망은 미래권력과 상관성을 갖는 법이다. 충청의 가장 아픈 곳으로서 현 지역 여권의 경우 솔직 화법을 빌리면 대안 부재에 빠져있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보수 야권은 그런대로 권부 언저리까지는 접근했던 적이 있고 나름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이에 비해 지역의 진보 여권은 안희정 카드의 손실로 차기 대망의 끈이 끊겨진 형국이다.

그런 탓인지 지역 리더의 부재 상황으로 충청 정치 공간에 대한 외부의 잠식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충청 연고가 닿지 않는 인사가 지방정부 고위 정무직 혹은 지방 공기업 수장에 진출했던 사례를 꼽을 수가 있고 지난 재·보선에서 지연·학연이 희박해 보이는 인사가 선택을 받은 것도 흡사한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비친다. 민감한 얘기이지만 세종시에 들어찬 주택 건설 물량만 해도 주로 외지 업체들이 재미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에서의 건설·아파트 분양 수익을 변변하게 갈라먹지 못하는 것도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충청 땅 요지에 행정수도급 도시가 들어섰어도 지역경제에 온기를 나눠주지 못하는 섬으로 인식되는 데에는 그런 곡절이 도사리고 있다.

여권 정치인들, 광역단체장, 지방의회 의장단 모두 이런 충청의 이면에 대한 문제의식에 눈을 치켜 떠야 할 때가 됐다. 각자 자리에서 자기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내야 하겠고 특히 시·도지사들의 경우 주요 정무직렬, 산하 공기업·기관 임원 인사에 대한 '인적 외주화'를 자중할 필요가 있다. 직업관료를 뺀 정무직 인사도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터인데 그렇다면 지역 자원을 앞 순위에 두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 사람들은 정치 일선에 복무하든 지방정부 경영을 담당하든 정파적 티를 너무 낼 필요성이 약해졌다. 선거에서 충청 민심을 사로잡은 마당이면 위임된 권력의 크기에 걸맞은 운신이 요구된다. 대략 6개월 후면 지역민 세평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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