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화가 인건비 같은 재정 뒷받침 부족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대전시 5개 자치구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764명 중 불과 1.8%인 14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특히 동구와 서구, 유성구는 단 1명도 정규직 신분을 얻지 못했다. 기간제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이 그런대로 진행 중이지만 파견 및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는 고용관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그림의 떡이 되다시피 한 대목도 걸린다.

반면 재정 여건이 나은 정부 부처나 광역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대학의 정규직화는 빠른 속도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 30곳은 잠정 기간제노동자 5862명 중 5808명이 일찌감치 전환돼 100% 가까운 목표를 달성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등 대전시와 세종시 소속 지방공기업 6곳의 기간제 104명도 전원이 정규직으로 돌았다. 정규직화가 차질을 빚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실태 파악과 보완책 마련이 아쉽다.

정규직 전환 작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면서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실상은 소속 기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법적 강제성이 없다 보니 기관장의 의지 등에 따라 들쑥날쑥한 게 현실이다. 대전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지지부진한 데는 지방선거 같은 외부 요인에서 기인한 바도 있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 사정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때다.

고용의 질을 확보하는 것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마지못해 정규직화를 추진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반쪽 짜리 정규직, 이른바 `중규직`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든 것 또한 부작용이다. 난이도와 숙련도를 바탕으로 한 직무급제 임금체계 도입도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규직화가 더딘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찾되 고용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