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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워라밸 세대

2018-07-04기사 편집 2018-07-04 17: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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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의미도 없는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 나는 기계와 관료제의 노예가 되어 권태롭고 추악하게 살고 싶지 않다.'

세계적인 사상가 E.F. 슈마허는 '굿 워크'라는 저서에서 젊은이들에게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슈마허의 이상은 꿈 같지만, 대한민국이 처한 직장문화와는 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야근은 밥 먹듯 해야 하고 생활의 중심은 직장이 우선순위였다. 퇴근 후에도 카톡을 통한 업무 지시로 마음 편히 쉬어 본지가 오래다. TV 한 음료 CF에서 출근 준비를 마친 아빠가 딸에게 인사를 하자 "아빠, 또 놀러오세요"라고 답한 장면은 가장이자 직장인들의 고충을 대변한 명작으로 꼽힌다.

이랬던 대한민국의 직장문화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이 적당히 벌고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로 등장한 것이다.

워라밸은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용어로써, 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젊은세대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2016년 OECD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기성세대들은 높은 보수와 승진 등을 위해 워커홀릭을 자처했지만 워라밸 세대는 자신을 직장에 가둬두려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자신과 여가, 성장은 희생할 수 없는 가치다.

7월 1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열렸다. 야근이 줄고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월급이 줄어 오히려 투잡을 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공존한다. 당장 충남북 시군 운송업계는 근로시간 축소로 인해 버스 운전기사의 급여가 줄어들고, 운행 횟수를 줄이는 등 운행 차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되는 2020년까지 개선하고 보완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되돌아 보면 지난 2004년 주 5일 근무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워라밸 세대 뿐 아니라 기성 세대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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