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떼스떼프 마을을 대표하는 2등급 샤또 꼬스데스뚜르넬(Cos d`Estournel)은 뽀이약과 맞닿아 있는 쌩떼스떼프의 최남단에 있기에 뽀이약의 1등급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이웃해 뽀이약 남쪽의 다른 1등급 샤또 라뚜르와 인접한 쌩줄리앙의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와 마찬가지로, 섬세한 지리적 여건과 토양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2001년에 수행된 토질 조사 결과에 의하면, 꼬스데스뚜르넬 포도원은 20가지의 서로 다른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토양은 구획별 포도의 다양한 성분으로 이어져 와인 맛의 놀라운 복합성으로 표현됩니다.

샤또 이름은 자갈 언덕을 의미하는 꼬스(Cos)와 18세기 말부터 샤또를 소유한 데스뚜르넬(d`Estournel) 집안의 성을 붙여서 만들어졌는데, 이름이 길고 어렵기에 축약해서 꼬스로도 칭합니다. 1791년 포도원을 계승한 루이 가스빠르(Louis Gaspard) 데스뚜르넬은 꼬스의 발전에 획기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네고시앙(와인중개상)을 거쳐 판매하는 전통을 깨고 직접 와인 판매에 나섰습니다. 멀리 인도에까지 와인을 수출했고 직접 여행도 가는 등 활발히 교류했기에, `쌩떼스떼프의 마하자라(왕)`이란 별명도 얻었습니다.

꼬스는 보르도 샤또로는 특이하게 동양적인 건축 양식의 3개 탑이 건물 위에 늘어 서 있기에, `보르도의 타지마할`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합니다. 루이 가스빠르가 인도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동양미가 넘치는 건물로 개조한 것입니다. 꼬스의 세컨 와인명도 `꼬스의 파고다(Pagodes de Cos)`입니다. 루이 가스빠르는 꼬스가 1855년 메독 와인 2등급으로 선정되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2년 전에 사망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 나폴레옹 3세, 칼 마르크스가 즐겨 마셨고, 장 꼭또와 스탕달 같은 예술가들이 열광했다고 합니다.

꼬스는 전형적인 메독의 와인들과는 달리 메를로의 블랜딩 비율이 높아 어두운 루비 컬러에 강건한 맛을 보이지만, 80~100년된 일부 포도나무를 포함한 높은 평균 수령(55년)의 포도나무의 심도와 구조감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향에 다양한 과일의 풍미가 잘 조화되어 샤또 라피트처럼 균형감이 돋보이는 와인입니다. 1949년 이후 양조학자 에밀 페노를 영입해 품질 향상을 꾀하여 균질하고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였으며, 현재는 미쉘 롤랑의 컨설팅으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2000년에 꼬스를 인수한 호텔 그룹(La Reserve) 소유주 미쉘 레이비어(Michel Reybier)는 꼬스의 현대화에 기여했습니다. 2003년 최초로 원추형 스테인레스 스틸 등온 숙성탱크 설치했고, 2008년에는 인천공항을 설계한 건축가 장-미쉘 빌모트(Wilmotte)와 협업하여 지하 저장실을 완전한 중력 방식으로 개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확에서 병입까지 모든 공정을 단 하나의 펌프도 없이 전개하여, 탄닌은 섬세함을 얻고 와인은 그 섬세함을 유지합니다. 다음 해 생산된 꼬스 2009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았습니다.

2008년 건물을 보수하면서 내부 설비도 현대화했습니다. 오크통 저장실 위에 설치된 투명한 유리 통로를 거쳐 올드와인 보관실로 걸어가는 와이너리 투어자 입장에서는 아주 환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시음와인은 꼬스 2008, 파고드 드 꼬스 2011과 2013년에 소유주 이름으로 출시된 샴페인을 맛보았습니다.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 곳곳에 수호신 같이 자리 잡았던 사자처럼, 꼬스를 상징하는 동물은 인도의 영향으로 코끼리로서 샴페인 라벨에서부터 코끼리 모양으로 다듬어진 정원수까지 샤또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배치되어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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