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논쟁을할 권리, 나다운페미니즘

더나은 논쟁을 할 권리-페미니스트 크리틱 : 김은실 외 9명 지음·휴머니스트·236쪽·1만 4000원

나다운페미니즘 : 코트니 서머스 등 44인 지음·켈리 젠슨 엮음·박다솜 옮김·창비·380쪽·1만 4800원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논의를 활성화시켰다. 이어 미투(#metoo)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며 여성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와 `나다운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모두를 위한 것이며,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통해 한국 여성문제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서구의 이론이 아닌 우리만의 언어와 문제의식으로 성폭력 폭로 이후, 여성의 병역, 저출산 담론, 이주 여성의 이름 등 한국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젠더에 관한 기존의 문제 제기와 사유 방식을 깨뜨린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계몽의 다음 순간, 페미니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다음 날 떠올리는 질문과 고민을 살펴본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젠더 이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개입, `페미니스트 크리틱`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부장적 사유와 규범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기존 페미니즘의 틀과 논리의 한계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문제 제기와 논쟁을 선보인다.

`나다운 페미니즘`에서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다운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실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노바 렌 수마는 "그럴 가치가 있는 여자가 없어서" 수업에서 여성 예술가를 다루지 않는다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5년 동안 여성 작가가 쓴 책만 읽는 독서 투쟁을 벌였다. 선생님이 틀렸다는 건 아주 쉽게 증명됐다. 수마는 독자로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이 소외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보수적인 동네에서 성장한 애슐리 호프 페레스는 은연중에 강요받았던 `착한 여자`의 규칙을 깨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차별의 말에는 용감하게 말대꾸하고, 다른 사람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참견하고 나섰다. 페레스는 자신의 말대꾸와 참견이 `연대의 행위이자, 순수하게 인간다운 친절을 베푸는 행위`임을 자신한다.

이 책에는 국내 작가 두 사람도 참여했다. 소설가 정세랑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단하며,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차별과 폭력들을 증언한다. 지난 일들에 대해 말함으로써 "다음 세대는 우리가 한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세랑은 오래 살아남아 말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좀 더 아끼자고 다독인다. 가수이자 영화감독인 이랑은 만화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젠더 이슈에 무지하고, 미숙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한편, 어른이 되어 뒤늦게 찾아온 혼란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된 내면의 성장을 진솔하게 털어 놓는다. 다정하고도 사려 깊은 이 페미니스트들은 인종, 젠더, 직업 등과 상관없이 페미니즘이 저마다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음을 말한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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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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