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을 주관하는 기관의 발표가 있을 겁니다. 화재 당일 어떤 작업을 했는지 저희들도 궁금합니다."

"인부들이 불법체류자인지 아닌지는 우리 기관에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세종시 출범 이래 최악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련 기관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형 화재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 것도 문제 이지만, 사후 대책을 놓고 떠넘기기 식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더 문제다.

행복도시건설청, 세종시, 세종시소방본부, 세종경찰서, 대전노동청 등 관련기관들이 너도 나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사안이 엄중한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가 지나치다. 너무 소극적으로 일관하다 보니 자칫 관공서간 `책임 안지기`나 `폭탄돌리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미래의 행정수도로 불리는 세종시에 유래 없는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책임감 있게 나서는 기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다. 사고 원인은 고사하고, 피해자의 정확한 인적사항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근로자가 사고 당일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는 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화재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관련기관들의 무성의한 답변에 지치고 있다. 공무원들의 답변으로 "우리가 담당이 아니다"와 "알 수가 없다"가 가장 많은 듯 하다.

관리감독 기관인 행복도시건설청은 T/F팀을 꾸리긴 했지만 제대로 발표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 현장 근로자들의 화재 당일 작업일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세종시는 그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다. 세종지역의 가장 큰 행정기관으로서 상황파악이나 대처, 다른 기관과의 협조와 조율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의 소극적인 화재사건 처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화재로 그을린 주상복합아파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할 즈음, 오늘의 아픈 기억들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지 벌써 부터 걱정된다. 이번 화재를 교훈 삼아 타이틀만 국제안전도시가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도시, 세종시를 만들어야 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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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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