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베충`, `문슬람` 등 단어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단어일 것이다. 일베충이라는 것은 극우성향의 웹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일컫는 말이며, 문슬람은 문재인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일컫는 단어이다.

이렇게 어떤 집단을 비하해서 일컫는 것은 옳지 않지만 위와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가진 특성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런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의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갖는다.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 배타성, 맹목적성이다. 자신들이 속한 집단은 선한 집단이고, 이 외의 집단은 악한 집단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자기들 집단 외에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배타성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그 집단이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맹목적적인 지지를 보내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반대하고 맹목적으로 비난을 한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가질까. 그 이유는 심리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미성숙은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반응하는 것을 견뎌내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든 자신의 심리적 반응을 간편하게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 마음을 정리하는데 있어서 가장 원초적이고도 미숙한 방법이 바로 둘로 나누어서 생각을 하는 것, 즉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성숙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사회적 조망 수용능력`이라고 한다. 이런 능력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발달이 잘 되어 있지 않다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점점 발달해서 성인이 되면 이런 능력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능력이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바로 위와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열등감이다. 사람들은 마음속 깊숙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할까봐 예민한 상태가 된다.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을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아예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것이다. 바로 극단적인 배타성인 것이다.

그럼 극단적으로 나누고 배타적으로 지키기만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상대방을 그토록 비난할까. 여기에는 `그림자`라는 것이 작용 한다. 사람의 마음을 둥근 공이라고 생각해보자. 공에 빛을 비추면 빛이 비추는 부분은 환하지만 반대쪽은 그림자가 생겨서 어둡게 된다. 이처럼 마음 중에서 잘 발달된 부분은 빛을 받아 밝아져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특성이 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잘 발달되지 않은 부분은 빛을 받지 못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되는데, 그림자는 그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특성의 반대의 특성을 가지게 되며 그 사람의 마음속 깊이 숨어 있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그림자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 있지만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그림자를 자신도 모르게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매우 싫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겉으로 보기에는 진보적인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진보와 반대되는 특성인 보수성이 그림자로 숨어있게 된다. 그리고 그 보수성을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매우 싫어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실제로 미워하는 것은 보수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그림자로 자리 잡은 보수성인 것이다.

너와 나를 나누는 것, 어떤 사람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것, 어떤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싫어하고 비난하는 것. 우리가 이런 것들을 극복해 나갈 때 내 삶은 성숙하게 되고 나의 마음에 평안을 얻게 되며, 내 가족과 사회가 평화롭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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