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필자는 인간관계에 지쳐서 잘 다니던 연구원에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막상 직장을 나오자마자 현실은 냉혹했다. 나를 보호하던 커다란 우산 하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러한 불안감에서인지 강의, 연극, 특강, 프로젝트 연구 등 나를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은 `결핍의 욕구`인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자존의 욕구 등이 충족되면 그 다음 성장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향한다고 한다. 흔히들 우리가 얘기하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은 매슬로우에 의하면 `결핍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15일을 시작으로 7월 2일까지 제 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문화의 불모지`인 대전에서 열렸다. 마지막 날 대전을 대표해 나온 연극 `아버지 없는 아이`가 연극경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 연극은 1920년대 말 식민지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불러온 비극적인 가족이야기이다. 연극 `아버지 없는 아이`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극중에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의 부재는 조국을 잃은 시대를 보여주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연극 곳곳에는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각 인물들의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불안은 인물들로 하여금 각자 다른 욕망들을 품게 한다. 여관주인인 `자영`은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되는 인물이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유곽을 떠돌며 두 번이나 결혼해, 결국 여관주인 자리를 차지하였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끝없이 갈구한다.

연극은 삶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다. 연극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현실보다 더 예리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마치 실제로 인생에서 일어날 것 같은 사건들을 미리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연극의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선과 삶의 괘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세상에 믿을 건 내 손에 틀어쥐고 있는 돈 밖에 없어!"

연극이 끝난 후에도 자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당당히 홀로서기를 성공하겠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이것저것 잔뜩 움켜쥐고 놓지 못하는 내 모습과 닮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장은숙 연극배우·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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