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수요프리즘]야구심판은 얼마나 정확할까

2018-07-03 기사
편집 2018-07-03 16:12:07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비디오 판독이 시작되어 심판의 판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 야구에서도 2014년부터 비디오 판정법을 도입하여 사용되고 있다.

야구에서 시비가 많은 것 중에 하나가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구분하는 판정이다. 가끔 타자들이 스트라이크가 아니었다고 항의하기도 하고, 투수들도 무언의 항의를 하곤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이다. 요즘도 TV 화면에 네모난 스트라이크 존이 나오고, 그 곳에 야구공이 지나간 점을 표시해 보여주는데, 가끔 주심이 오심하는 것을 보게 되곤 한다. 주심은 한 경기당 얼마나 판정 오류를 범할까?

우리나라 최고의 심판으로 꼽혔던 이규석씨는 자신이 출장한 경기가 2000개인데, "이 중에서 완벽하게 본 시합은 단 한 경기도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판정하기 까다로운 공들(close calls)에 대한 주심의 오심은 무려 20% 에 가깝다는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채널인 ESPN의 연구도 있었다(2010년 6월 16일자). 스트라이크 존 가까이 지나간 '아리송한' 공 5개 중 1개는 심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를 떠나서 세상일이라는 것의 판정도 객관적이기 어렵다. 내 남편(혹은 아내)과의 지난밤 말다툼에 대한 잘/잘못은 객관적으로 판정하기 어렵다. 설혹 비디오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판정은 쉽게 될 것이 아닐 듯하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 간 논쟁은 정답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사람이 살고 죽는 질병에 대한 판정도 여전히 답답할 때가 많다.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멀쩡하다고 판정된 사람이 암으로 3개월 만에 죽기도 하고, 암이라고 판정받아 3개월 산다고 판정받은 사람이 3년, 혹은 10년을 잘 살고 있기도 하다. 많지는 않지만 왜 이런 잘못된 판정이 생기는 것일까.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을 오랫동안 받는다. 거기에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펠로우 라는 수련 과정도 추가로 받는다. 그런데 질병의 판정 과정은 야구의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하는 것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환자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바른 결정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대학 병원에서 하는 질병의 판정과 치료 전략에 더 많은 신뢰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더 많이 모여 있고, 더 고가의 장비들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판단하는 개인 병원보다 여럿이 토의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그래도 더 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자의 입장에서는 종합병원이나 대학 병원에 가는 것이 양날의 칼이 된다. 진단이나 치료의 신뢰성은 높아지겠지만 비싸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되어 여러 병원에서 진료나 치료 전략에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보도되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인공지능 의사가 아직은 많이 모자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2016년 산 안토니오 유방암 학회). 희망적인 것은 AI 의사가 사람의 지식을 따라오는 속도와 통찰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만만치는 않다는 사실이다. 10-20년 안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로 보인다. 곧 지금보다는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질 날이 올 듯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병이 나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의 건강과 의료에 가장 연구비를 많이 주는 식약처(NIH)에서 주고 있는 연구비를 보면, 치료보다 사전 진단 쪽 연구비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아무리 잘 알아내는 기술이나 지식이 있으면 무엇할까. 아프면 나만 손해인 것을.

장마라서 귀찮겠지만, 오늘도 밖에 나가 빗소리 들으면서 걷기를 빼먹으면 안 될 것이다. 예방이 최고인 것 잊으면 아니 될 일이다. 임현균 표준연 책임연구원·의과학 산책 저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