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칼럼] 위장약

사람들은 속이 쓰릴 때 약국에서 흔히 위장약을 찾는다. 위장약에도 짜 먹는 약, 씹어 먹는 약 등 약국에서 직접 살 수 있는 약과 진료 후 처방받아 조제해서 먹는 약이 있다. 이런 위장약은 어떤 약일까. 위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장기다. 위에서는 위산과 펩신 등 강한 산성 물질이 나와서 여러 음식물을 녹여서 죽처럼 묽게 만들어 영양분을 잘 빼낼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런 산성 물질이 단백질인 위도 녹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위에는 산성 물질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위 점막`이 있다. 위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위점막은 산성 물질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산성의 위산, 펩신 등을 `공격인자`라 하고, 공격인자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물질을 `방어인자`라고 한다. 위장병이 없는 사람은 이러한 균형이 잘 맞아 속이 쓰리지 않다.

그러나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거나 위를 자극하는 음식을 자주 먹어서 위의 안쪽 점막이 상하면 공격인자 때문에 위벽에 상처가 나고 이 때문에 속도 쓰리고 아파진다. 건강한 피부는 만져도 안 아프지만, 상처가 나면 스치기만 해도 아프듯 위벽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공격인자를 약하게 하거나 공격인자가 덜 나오게 하는 것이 위장약의 투여 목적이다. 위장약에는 크게 제산제, 위산분비 억제제. 위점막 재생 촉진제 등이 있다. 산성인 공격인자 때문에 속이 쓰리고 아프지만, 이런 산성을 중화하면 자극이 덜해진다. 이런 목적으로 쓰이는 약이 제산제이다. 또 위산 등 공격인자를 덜 나오게 해도 위에 자극이 줄어들 수 있다. 제산제에는 짜 먹는 약, 씹어 먹는 약, 삼키는 약 등 여러 제형의 약이 있다. 제산제는 공격인자의 산성을 중화해 자극을 약하게 한다. 불편한 증상을 빨리 가라앉힐 수는 있으나, 지속시간이 길지는 못하다. 속이 쓰릴 때 그때그때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다.

위산분비 억제제에는 위산이 분비되는 여러 과정 중 하나를 억제하는 약, 위산 자체가 생기지 않게 거의 원천봉쇄하는 약 등이 있다. 이런 약은 공격인자가 덜 생기게 해서 위벽의 상처가 아물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약이다. 또 위점막 재생 촉진제는 위벽의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도와주는 약으로, 앞에 말한 두 종류의 약과 같이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만으로 위장병이 완치되지는 않는다. 술, 담배를 끊고 식사를 거르지 말고 시간 맞춰 일정하게 하며 빈속에 커피, 탄산음료 등을 삼가고 평소 맵고 짜며 뜨거운 자극성 음식도 피해야 한다. 위장약을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위장병은 완치하기 어렵다. 증상이 조금 나아진다고 주의하지 못하면 위장병은 금방 도진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상한 위점막이 다시 회복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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