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일 대전복합터미널 승하차장에 고속시외버스 운행사가 운전승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일 대전복합터미널 승하차장에 고속시외버스 운행사가 운전승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고속버스 기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 52시간제는 정부가 대책 없이 내놓은 정책이나 다름없습니다."

2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만난 고속버스 운전기사 최모 씨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이 같이 토로했다.

최 씨는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일일 14-15시간을 운행하며 과로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무리한 근무시간 단축정책으로 무분별한 채용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고속·시외버스 운행사는 과거 운전승무원을 뽑으며 면허뿐만 아니라 경력, 사고유무 등 세부 조건을 따졌지만, 인력난에 시달리자 조건을 간소화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상태다.

최 씨는 "고속이나 시외버스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 대형차량 운전경력이 충분해야만 운전승무원이 가능했지만,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운행사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람을 못 구하다 보니 채용방식도 정기에서 수시로 바뀌고, 운전병 같은 제대군인까지 활용한다던데 대형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안 돼 기어 변속도 못하는 사람이 응시를 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최 씨의 말을 방증하듯 승차대기 플랫폼 안내판에는 고속·시외버스 운행사가 운전승무원을 모집하기 위해 붙여놓은 채용공고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또 다른 고속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는 서울 부산 등 장거리 노선 기사의 경우 운행시간만 12시간이 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노선을 운전하면 교통상황따라 5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고, 휴게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만 12-13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며 "52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업계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52시간 근무제 유예를 한 것에 대해서 불편을 토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외버스 운전기사 김 모 씨는 "하루 16시간 정도 이상 배차를 받아서 운행하다 정부가 52시간을 도입한다고 발표를 해 회사에서 근무표를 조정하고 사람을 급히 채용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가 유예한다는 소식에 다시 원상복구 됐다"며 "운행코스를 다 바꾸고 준비까지 한 상태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불만을 표했다.

고속시외버스 업계는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과제에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고속시외버스 운행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녁 있는 삶, 좋은 취지지만 너무 성급하게 이뤄져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업계 상황"이라며 "대부분 회사가 운전기사를 못 구했는데 어떻게 배차 노선대로 버스를 운행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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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일 대전복합터미널 승하차장에 고속시외버스 운행사가 운전승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일 대전복합터미널 승하차장에 고속시외버스 운행사가 운전승무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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