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일
박은일
얼마 전 지인에게 유럽의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Scale-up Accelerator)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됐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듯, 창업 이후 기업의 혁신성장을 돕는 기관이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특정업종에서 글로벌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며 높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는 기업을 히든챔피언이라고 한다. 이들 성공 뒤에는 시장창출을 지향하는 R&D기획, 고객 개발 후 제품개발, 기술통합팀 운영 등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스케일업은 발명아이디어가 실제 공장크기에서 물질들이 반응하는 환경은 실험실과 아주 다르기 때문에 통상 파일럿 플랜트를 짓고, 실제 생산과정과 유사하게 진행해 보면서, 어떤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매뉴얼이나, 기술문서 등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업 고유의 암묵지가 생성된다.

유럽은 일찍이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가 히든챔피언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있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축적의길` 이라는 책에서 "유럽 히든챔피언의 비결은 스케일업 역량에 있다"고 했다. 유럽 집행(위)는 중소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진단 육성하고자 IMP3rove 라는 혁신경영 진단도구를 A.T.Kearny에 의뢰해 개발했다. 이 툴은 경영 전반에서 해당분야 최고의 히든챔피언과 비교한 뒤, GAP분석을 통해 경영이슈를 도출해 준다. 유럽권역 500여개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가 이 툴을 활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기준 기업생멸통계를 보면, 영리기업 전체 3년 생존율 39.1%, 5년 생존율은 27.5%다. 기업의 72.5%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초기단계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술사업화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너야 할 두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캐즘, 즉 데스밸리이고, 두 번째는 다윈의 바다다. 데스밸리를 건너는데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있다면, 다윈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을 돕는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적극 지원했다. 그로 인해 창업은 많아졌다. 그러나 성공적인 창업이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이제 창업기업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특구진흥재단도 올해부터 사업을 네트워크 중심의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 및 플랫폼 구축으로 전환했다.

그 중 하나가 수요자 중심의 기술 찾기 플랫폼 운영이다. 이 사업은 첫째, 기업의 혁신을 위해 고객개발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간 기술사업화는 우수기술을 먼저 발굴하고 고객을 찾는 반면, 고객개발 퍼스트방식은 엔드유저의 수요를 철저히 분석, 검증한 후에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고 기술매칭을 지원한다.

둘째, 기업에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기술통합팀을 운영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마르코 아이언시티는 "새로운 기술을 택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생산 공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실험실의 신기술 연구와 기존의 제품 및 제조 시스템간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조직 내 학습과 지식이 유지·전달된다.

셋째, 기술기반창업기업에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를 지원한다. 기술기업은 기술적 성과를 중요시 한다. 반면, 지속가능한 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재무성과, 고객개발, 사업개발, 조직성과다.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는 경쟁환경하에서 기업과 장기간 고객관계를 형성하고 GAP분석을 통한 벤치마킹, 코칭, 전략실행 등 기업전반의 혁신경영 코칭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발명을 혁신으로 이끌 스케일업 역량을 내재화하고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 스스로도 스케일업 역량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혁신성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터를 적극 육성해 주기 바란다. 박은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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