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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2018-06-27기사 편집 2018-06-27 16: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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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때만 과도한 반짝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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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답답하고 속 터지고 열 받는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첫 경기 한국과 스웨덴전을 지켜본 심정이다.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을 했건만 경기 내용이 영 아니었다. 무기력한데다 투지도 없고 유효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두 번째 경기 멕시코전에서 선수들이 심기일전했지만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국민들의 비난과 질타가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비난이 넘쳐나고 있어 문제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기까지 하고 있다.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일본 등 아시아 출전국들이 잘 싸우고 있는데 왜 우리만 못하느냐는 분통이 터질 수 있다. 남다른 애국심과 축구 사랑이라고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질 땐 지더라도 제대로 뛰어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못했다고 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비난을 해도 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국민들은 평소엔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월드컵과 올림픽 등 큰 게임 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극렬, 열성 팬으로 돌변한다. 유난히 승패에도 집착한다.

물론 결과가 중요하지만 과정도 그에 못지않다. 월드컵에 나타난 국민들의 반응은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 축구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축구 명가인 유럽 국가들조차도 부러워하는 기록이다. 사실 월드컵은 본선 진출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수는 209개나 된다. 이번에 러시아 땅을 밟은 나라는 겨우 32개국에 불과하다. 독일이나 브라질 등 강국도 있지만 파나마는 사상 처음이고 페루는 36년 만이다.

본선에서 연전연승 한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 마음대로 안되는 게 축구이기도 하다. 유난히 이변이 많은 대회가 월드컵이기도 하다. 이번 러시아에서도 피파 랭킹 1위인 독일이 첫 경기서 멕시코에 졌다. 8위인 폴란드는 일찌감치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부담으로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이럴 땐 질타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축구 못지않게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경기가 야구다. 그중 프로야구는 거의 모든 경기가 만원 관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 많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다. 지든 이기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에 승패를 떠나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팬들의 성원이 각별한 팀이 있다. 만년 하위권인 이글스다. 경기를 못해도, 꼴지를 해도 팬들의 응원은 결코 식을 줄 모른다. 이런 팬들의 기대에 보답이라고 하듯 올 들어 이글스가 달라졌다. 지고 있다가도 막판 뒤집기를 밥 먹듯 하고 있다. 10개 팀 가운데 독보적인 역전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적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하위권을 다투던 때다. 팬들의 한결같은 성원에 선수, 감독, 코치진이 마음을 다잡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큰 경기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게 아니다. 평소 야구 못지않은 않은 응원을 축구에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과정과 내용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결과에만 집착하는 일이 사라진다. 선수들 또한 결과가 부담스러워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당연히 결과도 좋아지는 법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만으로도 선수들은 충분히 응원 받을 만하다. 잘 할 때가 있으면 못 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한국 축구에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자. 러시아 월드컵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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