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돌베게/336쪽/1만 6000원]

2018년 6월, 유시민이 신간으로 찾아왔다.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종횡무진 활동하는 작가 유시민이 오랜 독서와 글쓰기의 원점인 역사 속으로 돌아왔다. 2017년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과 시민의 역할을 모색한 `국가란 무엇인가`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후, 유시민은 공부의 화두를 옮겨 동서양의 역사서들을 탐독하며 `역사란 무엇인가`에 질문하고 답을 찾았다. 그 지적 탐구를 담은 이 책은 저자가 공개하는 역사 공부 노트이자 독자들과 함께 역사를 읽는 초대장이다.

촌철살인의 화법으로 사안을 정리하고 결론을 맺어주던 `공공 지성` 유시민은 이 책에서는 한마디로 역사를 정의한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높이는 일을 삼간다. 대신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아래 스민 메시지와 감정에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도움될 실마리`를 찾는 `역사 여행 가이드`로서 충실하다.

저자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자 평생에 걸쳐 찾는 지적 과제다. 그가 끈질기게 역사를 탐구하는 까닭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깊은 답을 찾기 위해서일 테다. 역사를 읽고 쓰는 의미와 방법을 역사가의 삶과 그들의 텍스트로부터 추려낸 이 책도 곧,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해석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생의 변화와 어려움 앞에 역사는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역사 공부는 현재의 이면에 놓인 변하는 것(덧없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을 가르쳐준다. 추상적인 역사의 정의나 방향에 집착하지 않고 역사의 감정과 표현에 공명한 이 책은 저자의 역사 에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을 탐사한다. 역사서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대 순으로 9장으로 나뉘어 구성되며, 각 장은 때로는 한 명의 역사가와 한 권의 책을, 때로는 복수의 역사가와 여러 권을 함께 읽는다. 또한 앞서 읽은 책을 뒤에서 다시 읽기도 하고, 한 역사가의 목소리와 다른 역사가의 생각을 겹쳐 읽기도 한다. 각 장에서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드러나기도 하고 숨겨져 있기도 하다. 다만 모든 역사(역사가)는 `현재`를 쓰고자 하며, 역사는 이야기이자 대화라는 필자의 입장은 수시로 재확인된다.

역사 고전들은 혼자 읽고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저자는 각 역사서의 주요 내용과 책이 쓰인 당시의 시대적인 맥락뿐 아니라 서술 대상과 서술 방식 등을 두루 살피며 자신의 언어로 요약한다. 여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체크해주거나,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안내자 역할까지 맡는다. 역사에 대한 애정과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며, 자신이 읽은 그대로 역사 공부법을 공개하는 셈이다. 특히 이 책은 `르포`라는 특성상 역사서들의 원문을 적지 않게 소개하고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면의 한계와 번역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저자가 직접 발췌 요약과 번역까지 도맡았다. 국가, 현대사,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예외 없이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저자의 장점이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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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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