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일의 한우 인공수정용 정액을 생산·공급하고 있는 곳이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서산한우개량사업소다.

도서나 산간 등 한우 정액이 공급되지 않는 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 한우농가에 100% 가까운 정액을 공급하고 있다.

이곳은 연간 냉동정액을 200만 개(1개 5㏄)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나 1마리당 20억 원에 달하는 몸값의 혈통 우수한 씨수소 수십 마리가 우리나라 한우산업 지탱의 힘이다.

서산시가 `한국소의 아버지는 서산소`라 부르는 이유다.

서산한우개량사업소는 서해안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지리적 여건에다, 여의도 4배인 1200여만㎡의 광활한 면적이다.

그러나 이곳이 현재의 온전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역사는 굴곡지다.

며칠 전 별세한 김종필 전 총리의 작품이 바로 이 서산한우개량사업소다.

서산한우개량사업소의 모태는 삼화목장이다.

김 전 총리가 1969년 삼화축산주식회사를 설립, 대부분의 국유지인 이곳을 수년에 걸쳐 목장으로 만들었다.

나이 지긋한 시민들은 아직도 이곳을 삼화목장이나 김종필 목장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도 서산한우개량사업소 안에는 김 전 총리가 머물던 별장이 남아 있고, 또 인공저수지인 `용비지(龍飛池)`도 있다.

편백나무, 자작나무, 메타쉐콰이어, 벚나무 등이 저수지를 감싸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이 삼화목장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1980년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군부가 김 전 총리를 부정축재자로 지목, 몰수한 부정축재 목록 중 삼화목장 640만 평(당시 79억 원 상당)도 있다.

이렇게 몰수된 삼화목장은 국가로 귀속 됐고, 이름도 현재의 서산한우개량사업소로 바뀌었다.

지난해 서산한우인 `해우군`과 제주한우인 `탐라양`이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서산한우개량사업소의 우수 혈통 수정란을 제주한우에 이식해 남매 송아지인 `서롱이`와 `제롱이`가 태어났다.

`서롱이`와 `제롱이` 남매 송아지의 100일을 기념하는 기념식도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열렸다.

한 시대를 풍미한 노정객의 별세와 함께 영욕의 역사 한 페이지로 기록되는 서산한우개량사업소가 `서롱이`, `제롱이`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