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이란 용어가 유행이다. 사실 `소확행`은 최근에 만들어진 용어는 아니다. 이미 30여 년 전인 1986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한 용어다. 하루키는 서랍 안에 반듯하게 돌돌만 언더팬츠가 쌓여 있는 것,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러닝셔츠를 새로 꺼내 입는 것 등 소소하지만 자신에게 확실한 행복감을 주는 것을 소확행이라 칭했다.

소확행 현상을 두고 경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취업불안 등에 따른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리 씁쓸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행복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소확행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작고 확실한 행복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그 강도 보다는 빈도가 오히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우리 경제는 크고 화려한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성장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중 약 90%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도 중요하지만, 규모는 작더라도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화 되고 있는 양극화, 청년실업 등의 해결방안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위 20% 가계 소득은 증가한 반면 하위 20% 소득은 오히려 감소해 소득 분배가 악화되고, 5월 실업률은 4.0%로 전년동월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대전지역의 실업률도 4.1%로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취약계층 고용 창출과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기업`,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협동조합` 등을 포함하는데, 대부분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일반기업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다. 또한, 구성원이 전체 이익을 공유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을 통해 계층 간 빈부격차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작지만 확실한 경제적 성과를 내는 경제의 소확행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벨기에 등 EU 주요 국가들의 경우에도 사회적경제기업의 비중이 전체 GDP의 10%, 고용은 6.5%로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기업의 고용비중은 1.4%로 EU의 22% 수준에 불과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정부의 정책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월 충청영업본부를 포함한 전국 영업본부 8곳에 사회적경제팀을 신설하고, 향후 5년간 5000억 원 규모의 정책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충청영업본부는 지난 3월에 전국 최초로 신보-대전시-하나은행 간 `사회적기업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해 사회적기업의 금융조달비용을 거의 제로수준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보는 금융지원과 함께 맞춤형 컨설팅, 커뮤니티 형성 및 판로개척 지원 등 비금융지원 서비스를 연계해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토탈솔루션`을 구축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신보는 앞으로 대전시 외에 충청지역 내 다른 지자체와도 협력을 확대해 지역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지역에서 시작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토탈솔루션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사회적경제기업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실업률 해소에 확실한 성과를 내는 소확행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최창석 <신용보증기금 충청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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