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는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어른들에게는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이 말은 얼마 전 창간한 동시전문 문학 계간지인 `동시먹는 달팽이`에 실린 응원 글 중에 하나이다. 이 잡지의 발행처는 대전이고 편집과 인쇄도 대전에서 했다.

문학잡지가 시장성이 넓은 편이 아니고 유서 깊은 잡지도 문을 닫는 형국에 동시잡지를 만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유명출판사가 아니라 지역에서 전문 문학지를 창간하는 것은 그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책을 만드는 이들의 소명의식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

잡지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문학평론가 황수대 씨는 오래 전부터 어린이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대전의 한 지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 10여 년간 운영을 한 이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문학에 심취했고, 뜻을 모아 아동문학가들과 함께 동시전문 잡지까지 만든 것이다.

창간호에는 이십 여 편의 동시와 다섯 편의 청소년시 그리고 기획특집 토론과 동시집 서평 등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동시나 동화는 아이들이 책을 접하는 초창기에 만나는 장르라는 점에서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읽어주는 아동문학 작품이 아이들이 책을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한편의 좋은 동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갖게 한다. 특히 동시를 전문적으로 쓰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이 직접 쓰는 동시의 경우, 기존의 생각과 관념을 뛰어넘는 발랄함과 재기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은 문학수업을 받은 길들여진 상상이 아니라, 어릴 때만이 바라볼 수 있는 그 세대의 특징이다.

어른들은 동시를 읽는 동안 색 바랜 순수의 빛깔을 찾을 수 있고,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 메마른 심성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다. 대전지역에서 창간한 동시전문 잡지 `동시먹는 달팽이`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길로 이끌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동시를 읽는 시민이 많은 도시, 동화세상을 꿈꾸는 시민이 많은 도시, 생각 만해도 즐거운 일이다. 정덕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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