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머리뼈 조각 20개, 허벅지뼈 78개, 정강이뼈 15개, 위팔뼈 6개 등 모두 129점 유해가 수습됐다. 출토된 유해는 최소 39명. 유해 매장지 안에서 출토된 탄피와 탄두는 카빈소총용이었다. 유해 내에서 발견된 점으로 보아 근접 내지 확인사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뼈 233개가 출토됐다. 머리뼈와 사지뼈를 종합한 결과 최소 21명의 유해가 발굴됐다. 사지뼈에 총상 흔적이 관찰됐다. 머리뼈 부위에서 M1탄두가 발견된 점 등으로 보아 총기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가늠된다. 유품은 가죽혁대, 구두밑창, 고무신, 버클, 라이터 등 30여 점이 출토됐다.

위 문장들은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이 2014년부터 대전 동구 등에서 실시한 네 차례의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 뒤 작성한 보고서 내용이다. 공동조사단은 2017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폐금광에서 제5차 유해발굴과 감식 등을 진행했다. 폐금광 유해발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출토된 유해 중 부위가 확인된 뼈는 모두 3246점. 인류학적 조사결과 학살된 인원은 최저 208명으로 추정됐다.

희생자 상당수는 여성과 아이였다. 어른 희생자로 추정된 150명 중 남성은 15-16% 정도이고 여성은 84-85%에 달했다. 희생자 나이는 남성은 10-20대, 50대가 주를 이루며 여성은 18-24세 정도가 68%로 집계됐다. 어린아이는 6-9세가 56%에 달했다. 유품 중에는 개인용품으로 여성 비녀 89점과 귀이개가 출토됐다. 비녀를 꽂은 여성들은 어떤 곡절로 폐금광의 캄캄한 땅 속에 수십 년 간 묻혀 있어야 했을까? 유해발굴조사보고서는 "대부분 젊은 어머니들로 희생당한 아이들은 이들의 자식들"일 것이라며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가 (아이들도) 같이 학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한국전쟁 발발 67주년. 남북한 화해 무드에 종전선언 가능성이 타진되고 미군 유해송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우리 땅의 `잊혀진 유해`는 여전히 암흑상태다. "값없이 죽임당한 수백만의 사람들 어둠 속에서 길을 다지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첫 문장은 2018년 대한민국의 6월에도 유효하다. 윤평호 대전일보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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