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 충남대 교수
이형권 충남대 교수
교육부는 모든 대학들이 큰 관심을 가졌던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일반대학은 187개 중 120개, 전문대학은 136개 중 87개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나머지는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되어 2단계 평가를 받게 된다. 그동안 평가 지표나 방법에서 원안에 비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으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핵심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곳은 입학 정원의 강제적 감축 없이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미선정 곳은 정원 감축을 권고 받는 것은 물론 각종의 국가재정지원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미선정 대학은 다시 2단계 평가에 따라 역량강화, 재정지원제한 1. 제정지원제한 2 등으로 구분되어 차등 제한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평가 결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도권 대학들의 선정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대학 평가에서 지역별 가점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오던 패턴에서 벗어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소위 인(in)서울 현상이 대학의 기본역량에서도 구체적으로 증명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역량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듯하다.

지역별 선정 비율을 보면, 일반 대학의 경우 수도권 73.2%, 충청권 65.7%, 동남권 60.9%, 동북권 57.1%, 호남권 50.0% 등의 분포를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인구 쏠림 현상이 큰 수도권 대학들의 선정 비율이 가장 높고,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감소가 많은 편인 호남권의 선정 비율이 가장 낮게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대학의 기본 역량이 지역의 경쟁력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아직 최종 평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선정 대학들은 이제 정원이나 재정적 측면의 없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선정 대학들은 학생 정원 감축의 고민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 것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학생 정원은 교육 기관으로서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요소이기에 아주 중요하다. 학생 정원은 등록금 의존율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학교 재정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미선정 대학들이다. 2단계 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되겠지만, 대학 운영의 자율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존폐 자체를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학생 정원을 강제적으로 감축해야 하고 재학생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당장 올해 입시부터 미달 사태를 염려하며 학생들의 지원 상황을 각별히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평가에서 선정 대학에 이름을 올린 대학들 가운데서도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역량을 충분히 갖춘 곳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은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그 뒤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심지어는 따라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수십 년 전의 콩나물 교실처럼 교육 여건은 열악하고, 교육지원 시스템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보다도 못하다. 정부 주도의 강제적 등록금 동결 정책이 10여 년이나 지속되어 대학의 재정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교수들의 처우는 물론 비정규직 시간 강사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열악한 여건은 선정 대학이라고는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제시했던 문제들은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대학들은 모두 미선정 대학이나 다름없다. 하여 이번 평가가 개별 대학들의 희비를 가르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다른 나라 선진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부도 이번 평가를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가적 역량 동원의 근거로 충실히 활용해야 한다.

이형권 충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