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시장에 듣는 비전과 정책 [ 대담=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

사진=신호철 기자
사진=신호철 기자
세종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이춘희 세종시장은 벌써 민선 3기 시정을 머리 속에 훤히 그리고 있었다. 세종시장 접견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인터뷰 중 행정수도 개헌과 시민특별자치시에 대해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물 흐르듯 질문에 대답하면서 대화 도중 가벼운 조크를 곁들이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시정 방향을 설명할 때는 단호했고, 강한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중앙관료 출신으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이 시장에게 시정 방향과 각오를 들어봤다.

-선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 거뒀다. 당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은 득표율로 승리했다. 당선 요인은 뭐라 생각하나.

"당이 예상을 잘못한 것 아닌가.(웃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잘해 줬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다음으로 지난 4년간 일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세번째는 정책 중심으로, 공약으로 평가를 받겠다 했는데 공약만큼은 다른 어떤 후보 못지 않게 잘 만들었다."

-민선2기 시정과 비교해 민선 3기의 시정 운영 방향은

"민선 2기 시작 때만 해도 세종시가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있었다. 4년 지난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행정도시 건설 자체를 반석 위에 올려 놓는 것이 중점이었다면 앞으로는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종시는 과거에는 시민들이 별로 없었지만 인구 30만 도시가 됐다. 도시 인구의 3분의 2가 새로 온 시민들이고, 앞으로 새로온 시민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민선 3기 공약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공약을 포함해 135가지나 된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공약이 있다면.

"가장 큰 것은 시민주권 특별자치시이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장과 공무원들이 먼저 정책결정을 하고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의사결정구조를 완전히 바꿔서 시민들이 문제를 내고, 대안을 모색하고, 결정에 참여하고 평가까지 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주권 특별자치시 만든다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뭔가.

"그 지역의 일은 그 지역 주민들이 결정하게 해보자는 것이다. 동단위로 결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 들이 많다. 요가, 서예교실 같은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왜 시장이 결정해야 하나. 주민들이 결정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그 동네의 일, 동네의 청소문제, 근린공원 관리문제, 육아문제 이런 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가급적이면 주민들에게 맡겨서 결정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세종시의원 후보들이 세종지역 16개 선거구 모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의 역할과 이 시장의 인지도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로 시의원 후보들이 제대로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없을지 의구심이 든다.

"시 의원들은 한달만 지나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시장이 잘해서 됐다는 생각 안할 것이다.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쥐게 되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걱정 안해도 될 일이고 원구성에 관여할 일도 없다. 한가지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했는데 지켜보는 눈이 많다. 초기에 이런 저런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이 좋게 잘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이 불발됐다. 하반기 여야 정치지형으로 볼 때 당대표 새로 뽑아야 하고 혼란기인데 행정수도 명문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개헌 자체가 언제 이뤄질 것인가는 알 수 없다. 나로서는 Out of control이다. 희망을 얘기한다면 최대한 빨리 개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문재인 대통령도 본인 임기 내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연내에 이뤄졌으면 좋겠다. 야당에서는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따져서 미루자고 한 것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민주당 소속이다. 행정수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어떻다고 보나.

"인천시장과 경기지사는 바뀌었으니까 새로 물어 봐야 할 일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행정수도 세종에 대해서 애시 당초 찬성하던 사람이다. 서울이 모든 역할을 다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게 박 시장 입장이고 사이가 좋다. 여기 와서도 행정수도 세종 얘기를 했고 서울시청가서 강연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행정수도 시장이라고 소개를 했다. 박 시장은 행정수도 세종에 대해 굉장히 전향적이다.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도 처음보다 많이 후퇴한 듯 한데.

"지방선거 공약 중 당에서 낸 공약이 있고 지역별 공약이 있는데 당에서 낸 공약에 가장 첫 번째가 행정수도 완성이다. 민주당은 걱정할 것 없다. 다른 당은 말만 하고 치고 빠지기 한다. 다른 당에서도 어쨌든 위헌 결정 문제는 불문헌법 관습헌법 얘기는 잘못됐다고 얘기하니까 거기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이 시장의 생각은 어떤 것인가.

"(헌법 개정시) 행정수도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법률에 위임하는 것은 어쨌든 재정과정에서도 새로운 논란이 필요하니까, (헌법에) 행정수도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게 좋다. `행정수도 세종`이 다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행정수도라는 표현 정도는 들어가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여야간에 논의가 될 것이다. 개헌자체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가 없지만 수도관련 조항에 관해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얘기를 계속 해 왔다."

-세종교통공사의 노조의 파업과 부분 직장폐쇄 문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하나는 빨리 파업을 마무리 짓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파업기간 중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대처를 잘 하는 것이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시가 해야 한다. 다만 파업을 빨리 종식시키는 부분은 상대가 있으니까 시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교통공사 사장이 책임지고 해 내야 한다."

-행복도시 내 상가공실이 너무 많다. 대책이 있나.

"행정수도가 제대로 완성이 되면 공실률 많은 부분이 메워질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노력을 가열차게 해야 하는 것이다. 공실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일시적인 문제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LH와 행복청에 계속 요청해서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문제라면 계획 자체를 손 봐야 하고, 일시적인 문제라면 계획을 손 볼 필요가 없다. 행복도시 상가 공실율은 일시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다공급 된 측면도 있다. 다른 신도시 보면 과거에 1, 2층에서 가게를 내는 건데 지금은 8,9층에 식당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시대로 바뀌었다. 과거 10여 년 전 계산했던 것과 지금 계산이 달라질 수가 있다. 그런 부분은 다시 한번 계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임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청앞 광장 겸 주차장이다. 광장은 그대로 쓰고 지하를 주차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광장에는 여름철 어린이 물놀이 시설, 겨울에 썰매타기 가능한 그런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정리=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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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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