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에는 수십 년간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구슬모아 당구장이 있다. 그 오래된 독특한 장소는 최근 근처 대학가의 이전과 함께 2년간 방치되어오다 재개발이 시작되며 영원히 사라질 뻔 하다가 한 미술관에 의해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슬모아 당구장은 미술관이 젊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카펫을 걷어내고 가벽을 세운 것만 제외하면 옛 당구장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당구 테이블도 그대로 남겨둬 실제로 당구도 칠 수 있다. 이곳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전시도 구경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예술의 벽을 낮췄다는 데 있다.

새롭고 예쁜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낡고 버려진 곳에서 세월의 깊이를 발견하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잊혀져가고 있던 곳들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5년 무렵 건축물 미술작품설치제도의 개선과 제도권미술의 대안으로 공공미술이 급부상 하였다. 하지만 미술관 밖으로의 예술 여행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판박이 같이 복제된 장식품과 카피 된 캐릭터들로 공터나 골목길을 장식하기에 급급했으며, 이렇게 대충 공간을 채운 장소에서의 예술은, 삶과 분리된 채 그저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특별한 개념도 맥락도 없는 조형물과 벽화들은 문화와 예술의 공공성을 저버리고 시각적 공해를 만들뿐이었다.

필자는 삶과 단절된 공공미술의 문제가 무엇이며, 그렇다면 일상과 함께하는 예술의 실천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방치되어진 오래된 당구장을 복합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젊은 예술가에게는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인들에게는 어려운 예술이 아닌 일상적이고 보편화된 예술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공동체 삶속에 유효한 예술로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철학자 테제는 "예술이 삶이되고, 삶이 예술이 되는 그곳에서 삶의 가치를 되돌릴 수 있다."고 하였다. 더 이상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예술품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움직일 준비가 된 사람들에 의해 눈에 띄는 곳이 되어야만 지속가능한 도시의 예술로 발전할 것이다. 백요섭 미술작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