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출신 한국당 의원들이 어제 오찬 회동을 했으면 주된 화제는 지방선거였을 것이고 이는 참석 의원들도 부정하지 않는다. 비공개 모임이어서 구체적으로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체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위기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들을 주고 받았을 것으로 짐작은 간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모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 정례모임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도 좋지만 모임 이후 설명이 건조했고 통상적인 메시지 하나 내놓지 못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금 한국당 상황 앞에선 충청권 의원들도 뾰족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사방이 캄캄한 심정일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지역 의원들이 점심 모임을 가진 이유도 의원들의 그 같은 내적 정서와 맥이 닿았기 때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날 모임에 대해 평소와 다른 강도의 외부 시선이 쏠린 것도 그래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왕 모임을 갖기로 결정됐으면 `성원(成員)`이 되는 게 모양새가 좋았을 터인데 모습을 드러낸 의원 숫자는 9명에 그쳤다. 한국당 충청권 의원 12명 중 대전 1명, 충남 2명, 충북 2명 등 5명이 불참한 것으로 돼 있고 대신 지역에 연고가 있는 비례대표 의원 2명이 합류했다고 한다. 불참 의원들의 경우 각자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날 모임을 `패싱`할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때가 때인 만큼 `12명+알파` 모임이 됐더라면 정치적인 의미가 더 확장됐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와는 별개로 모임 결과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자리를 함께한 9명 지역 의원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함량 면에서 가볍다고 볼 수 없다. 나름 구심력이 되거나 될 만한 반열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 기대감에 비추어 볼 때 이날 모임은 응집력도 결기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속을 꽉 채우지 못해도 잘 포장하면 대외적으로 결속 효과가 기대되는 법인데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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