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클라리넷콰이어 2018 정기연주회

지난 3일, 대전, 충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전클라리넷콰이어 2018 정기연주회가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창단 11년째를 맞이한 이 단체는 클라리넷 악기가 지닌 입체적인 음색을 이용해 여느 오케스트라 활동에 맞먹는 주목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해 연주의 핵심은 한·중·일 클라리넷 페스티벌을 기치로 국제교류의 장을 본격적으로 펼쳤다는 데 있다.

대전클라리넷콰이어,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클라리넷 앙상블, 해군군악대 클라리넷 앙상블, 일본 히로시마 지역 음대 출신 2명의 클라리네티스트가 합류한 무대는 각 나라의 연주수준 뿐 아니라 화합과 조화의 정신 또한 가늠할 흥미로운 음악회였다.

전반부에서 서곡의 역할을 한 8중주 클라리넷을 위한 카프리치오는 음정 도약이 두드러진 격정적이고 경쾌한 부분과 노래하는 분위기의 부드러운 진행이 교차로 등장한 작품이다. 본디 카프리치오라는 장르가 변덕스럽고 자유로운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일본 작곡가 야기사와는 대조적인 특성으로 기발함을 표현해 관객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끄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어서 멘델스존의 2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작품 2번을 선택한 일본 연주자들은 베이스 클라리넷에 맞춘 2중주로 시선을 끌었다. 진지하고 서정적으로 접근한 두 사람의 연주스타일은 작품에 내재된 특성을 개성있고 강렬하게 드러내기보다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표현했다.

본격적으로 대전클라리넷콰이어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6개 춤을 실제 발레 영상과 함께 제시한 프로그램에서였다. 차이콥스키 발레음악이 지닌 역동성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타악기 흐름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클라리넷 특유의 선명한 선율선과 친숙한 음악이 영상과 함께 음악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관객의 호응도 높이면서 클라리넷 악기의 역량도 발휘할 수 있는 유익한 선택이었다.

후반부에 무대에 선 중국 클라리넷 앙상블은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음악을 선보였다. 중국 민속선율을 엮은 메들리 곡을 비롯해 단순한 화음과 간명한 선율을 가진 클라리넷 모음곡으로 호흡을 맞춘 중국 연주단은 지휘자 김광일의 지도로 화려하진 않지만 내공이 쌓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앞으로 좀 더 수준 높은 연주를 기대할 만했다. 나아가 멘델스존의 2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작품 1번 연주는 나름 연주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빼어난 음색을 자랑하는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과 함께 한 이충헌이 뒤지지 않는 좋은 연주력을 보여준 것은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한·중·일 클라리넷 연주자들이 모두 등장해 요한 슈트라우스2세 왈츠를 연주함으로써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통해 화합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한 것 역시 긍정적이다.

이번 한·중·일 클라리넷 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세 나라의 음악교류 수준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음악적인 역량 개발도 요구된다. 하지만 앞으로 뛰어난 기획력과 연주력으로 다양한 색깔의 무대를 기댈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발전적인 경쟁이 곧 더 나은 음악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대전클라리넷콰이어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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