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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역사로 바라본 인생 이야기

2018-06-20기사 편집 2018-06-20 11: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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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거 투쟁 [김동하 지음/궁리·288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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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주거 문제로 골몰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괴테의 책을 읽다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문장이 내 눈에는 신기하게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이사한다'로 읽히는 것이 아닌가. 주거 문제가 은연중 내 삶에 중요한 비중으로 다가와 있었다. 10대 시절에서 30대 후반의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집을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백지에 '주거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처음엔 단순히 주거 문제라 생각했지만, 어느덧 '주거=인생'이었다. 집은 나의 희(喜), 로(怒), 애(哀), 락(樂)과 묵묵히 함께해오고 있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또 앞으로 전개될 '주거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본문에서

저자는 10대에서 30대까지 20여 년간 대략 20여 건의 주거 형태에서 살았다. '식당에 달린 방, 식당 집 옆 자취, 기숙사, 옥탑방, 주인집 옆 월세살이, 하숙, 자취, 그냥 월세, 우편물 수령이 어려운 다가구주택, 공동 화장실 옆 미닫이 방, 후배 집에 얹혀살기, 선배 원룸에 얹혀살기, 독신자 간부 숙소, 달동네, 보증금 있는 월세, 반지하, 신혼집, 다가구주택 전세, 주말부부, 급경사에 있는 빌라', 최근에는 월세와 전세에 마침표를 찍고 보금자리론으로 대출 한도를 꽉 채워 아파트 매매에 성공, 꿈꾸던 내 집 마련을 이뤘지만 2031년이 돼야 대출금을 다 갚고 온전한 내 집이 된다.

헌법 35조 3항.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조항의 '노력해야 한다'는 구절은 확실하게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표현으로 한편에서 비판받고 있다. 책을 보면 주거권이 왜 인간의 기본권인지, 그저 한 개인(가족)의 일대기와 성장기를 통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거창하게 주장하려 하지 않고 일인칭의 개인적 고백을 큰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주거를 선택하는 기준이 마냥 넓고 비싼 집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음을 넌지시 들려준다. 그러면서 나에게 허락되는 최소한의 공간이 '투쟁'으로 획득되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나와 우리 곁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현대인은 누구든 좀 더 나은 주거를 위해 몸부림친다. 저 많은 아파트와 집 중에 왜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는지 한탄스럽고, 치솟는 집값을 욕하면서도 나도 어서 내 집을 마련해 저 대열에 편입하고 싶은 유혹도 든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매매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은 모두 '주거 투쟁'의 주체라 할 수 있다.

30대 후반으로 향해 가는 저자 역시 주거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10대 시절, 이사를 자주 다니며 여러 형태의 주거를 경험했고, 대학에 들어가며 독립해 자취와 하숙, 더부살이를 오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주거 투쟁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 책 은 30대인 저자가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집을 하나씩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주거 이력서'다.

아주 사적(私的)인 주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삶에 주거가 왜 중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주거권은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다, 라고 말하기 전에 한 개인의 삶을 '주거'와 '집', '이사'라는 주제어로 그려 보이며 집의 의미를 구체적인 삶 속에서 되짚어 보게 하는 글들이다. 인생의 과정마다 몸으로 부대끼며 알게 된 집의 의미가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그려진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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