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출동 시 필요에 따라 경찰이 동행하기로 한 건 씁쓸하다. 취객 등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다. 응급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지 모를 위협적인 주취 폭력에 대응키 위한 최소한 자구책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구급대원들이 신뢰와 존경을 받기는커녕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한 듯 해 안타깝다.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구급대원 폭행피해는 2015년 6건을 비롯 2016년 5건, 2017년 4건, 올해 2건 발생했다. 지난해 9만 8204건 출동해 6만 4456명을 이송하는 맹활약을 하는 와중에 터진 사건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2015년 198건, 2016년 199건, 2017년 167건 등 한해 200건에 가까운 폭행 피해가 있었다. 충남지역 26건이 포함된 수치다. 참다 못한 충북소방본부는 경찰 동행 카드를 빼 들었다.

공공의 안전과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출동하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경찰 동행 같은 소극적 대응을 넘어 보다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국민이 필요로 하는 현장을 누비는 구급대원들이 폭언과 폭력으로 위해를 당하는 일을 막는 현실적 방안이다. 구급대원이 위험 상황에 노출될 경우 상대를 사전에 제압하도록 자기 방어권을 주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봄직하다.

사실 적법한 공무 집행을 우습게 아는 일각의 행태는 구급대원만을 향하지 않는다. 경찰관과 해양경찰을 포함한 제복 공무원이 최근 3년 동안 매년 700명 가까이 폭행당했다는 행정안전부 자료도 있다. 같은 기간 공무집행 방해로 검거된 시민은 4만 3000명이 넘는다. 제복 공무원이 매를 맞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세워질 리 없고, 국민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리 없다.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해야 유사 사태를 뿌리 뽑는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