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공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시·도지사 인수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중앙 정부의 감시와 견제, 입법 활동은 뒤로 하고 지방행정에 관여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19일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당선인 측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의 인수위 위원장으로는 조승래 의원(유성 갑),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 위원장에 김종민 의원(논산·계룡·금산)이 위촉됐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조승래 의원을 인수위원장으로 선임한 배경으로 "조 의원은 다양한 국정경험을 했다. 충남도 인수위 활동하고 오랫동안 도정에 참여했다"며 "인수위 관련 업무 이해 밝고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민선 7기 인수위원회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대전·충남뿐 아니라 민주당 광역단체장 인수위는 물론 일부 기초단체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은 인수위 상임위원장으로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을,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인수위원장에는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 공동인수위원장에 민홍철 의원(김해갑) 등을 위촉했다. 또 경북 지역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이 인수위원장에는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이 선임됐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원로 교수 등이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 민주당 당선인들의 인수위원장 자리를 국회의원이 맡으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국회는 지방선거 이전부터 파행을 빚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공전의 원인을 특정 정당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일 수록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국회 공전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게 선행과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20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기약없이 늦춰져 6월 임시국회도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집권당 국회의원들의 지방정부 인수위 행보가 우선순위에 오른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이 지방정부 인수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입법, 중앙 정부 감시·견제 등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해서 지방 정부 인수위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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