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못내서 그런 데 4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

최근 김혜영(34·대전 유성구 상대동)씨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온 지인의 요청에 의심없이 4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는 `SNS 메신저 피싱`이었다. 김 씨는 "돈을 송금한 후 확인 차 지인에 연락했더니 `무슨 말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그제서야 메신저 피싱에 당한 걸 알게 돼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 메신저 앱을 쓰는 박형주(29·대전 중구)씨도 얼마 전 직장 동료에게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나한테 급하다고 50만 원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물은 게 정말 너 맞냐"는 내용이었다. 직장 동료의 말에 메신저 앱을 켜고 확인한 박 씨는 지인 10여 명에 같은 내용의 메신저가 발신된 것을 확인했다. 박 씨는 지인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넣어 사태를 수습했다. 박 씨는 "다행히 송금한 지인은 없었지만 `나도 당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며 "입금 계좌 이름도 내 이름과 동일하게 해 놓아 지인들의 의심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타인의 SNS를 해킹해 메신저로 소액을 요구하는 `SNS메신저 피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100만 원 이상의 거액이 아닌 수십 만 원 대의 소액을 요구하면서 의심을 피해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의 경우 프로필 기본 정보를 공개해 놓는 이용자가 많은 데다 친구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네이버앱 등도 등록된 친구 주소록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해당 앱 계정에 등록해 놓은 주소와 전화번호 등과 연동돼 메신저 피싱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메신저 피싱을 당한 피해자들의 구제신청은 1656건, 피해액은 37억 원이었다.

대전지방경찰청에도 메신저 피싱 신고 건수는 매달 3-4건 정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일산에서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계정을 해킹해 계정 이용자의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191명에게서 약 9억 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원 8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 등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내용은 일차적으로 피싱이라고 의심을 해봐야 한다"면서 "피싱에 당하면 지체없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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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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