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당시는 영어과목을 비로소 배워보는 시기였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때만해도 영어는 먼 나라 이웃언어에 불과했다. 그렇게 영어과목을 생소하고 어려운 문법으로만 가르침을 받다가 영어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시고 나서 판도가 바뀌었다. 선생님께서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으시고 휴대용 카세트오디오를 갖고 들어오셔서는 음악시간도 아닌데 카세트테이프의 재생버튼을 누르시더니 생전 처음 듣는 팝송을 들려주셨다. 곡 설명도 해주셨다. 제이 리빙스턴과 레이 에반스가 작사, 작곡한 왈츠 풍의 `Que Sera, Sera(케 세라 세라)`였다. 잠자려고 했던 친구들까지 귀 기울여 팝송을 듣기 시작한 그 순간, 정지버튼을 누르시며 칠판에 가사를 영어로 쓰시고는 괄호 안에 들어갈 가사를 듣고 영어로 쓰는 문제를 내기 시작하셨다. 매주,`Yesterday`, `Hey, Jude`등으로 선곡을 바꿔 가며 영어듣기, 쓰기, 문법 그리고 새로운 팝송까지 배우는 시간이 되어져, 어렵지만 즐겁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선의의 경쟁으로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전체 영어 성적이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었다.

그 때의 스승님이 생각날 때가 자주 있다. 교육과 예술은 비슷해서, 힘겨워도 애정을 가지고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술마케터(marketer)인 `다글스`는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계와는 달리, 예술은 제품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 적합한 고객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즉 일반적 제품 마케팅이 시장 중심적이라면 예술 마케팅은 제품 중심적 속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예술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교육을 이러한 예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예술은 각 작품마다, 그리고 교육은 각 학생에게서 그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발견이 필요하다. 교육과 예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애정이 없는 획일화된 작품, 상업적이면서 자극적인 시장제품 생산으로는 재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다. 또한 힘겹게 한 계단 오르려는 장기적인 관객, 그리고 차세대 리더를 발견하지도, 양성하지도 못한다.

선거가 끝났다. 소소할지라도 사람에 가치를 두고 고민하는 교육과 예술의 장기프로젝트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김지선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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