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자연 속의 최적해와 한의학
우리가 원하는 어떤 목표를 최적으로 달성시켜주는 변수 값을 최적해(optimal solutions)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하늘에 인공위성을 띄울 때는 그 속도가 초속 8㎞는 돼야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계산을 통해서 알아냈다. 이보다 작은 속도에서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중력을 못 이겨 떨어지고, 이보다 큰 속도에서는 중력보다 원심력이 더 커져서 궤도를 벗어나 우주 미아가 된다. 또한 구리에 주석을 섞어 청동기를 만들려고 하면 주석의 비율이 10%일 때 가장 단단한 합금이 얻어진다는 것도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알게 됐다. 이처럼 최적해는 인류가 수천 년 문명을 이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자연법칙이자 인류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도 최적해에 해당하는 처방이 있다. 여러 천연 재료를 섞어서 약효를 나타내는 `탕(湯)`이라는 처방이 처음 나타난 것은 대략 4-5000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2000년이 더 흘러 유비, 관우, 장비가 활약하던 한나라 말에 기존 처방들을 한데 모아 쓰여진 `상한론`이라는 한의서에 여덟가지 약재로 이뤄진 팔미지황탕이라는 처방이 수록돼 있다. 오늘날까지도 임상에서 가장 많은 빈도로 쓰이는 처방 중에 하나인 팔미지황탕은 짧게는 2000년, 길게는 3000-4000년간 사용된 처방이라하니 가히 생존력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현대의학과 과학은 아직까지 한의학과 한약이 보여주는 효능에 대해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의학이 비과학 또는 미신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백가지의 신약이 개발되고 사라지는 오늘날, 수 천년간 질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처방이 있다면 편견에 앞서 왜 그런지 살펴보는 것도 더 좋은 약재 개발을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팔미지황탕 이외에도 보중익기탕, 팔물탕, 오적산, 소건중탕 등 처방은 최소 1000년 가량 꾸준히 임상에서 활용돼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 역사적으로 끝난 처방들이 대부분이다. 인류가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 처방들은 단순히 한약 처방을 넘어서 인체의 작용기전에 대한 자연의 원리를 엿본 것과도 같다. 이처럼 수 천년 역사를 통해 검증된 한의 처방은 자연 속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최적해이다. 정길호 아낌없이주는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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