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칼럼] 햇빛 알레르기의 한방치료

지난해 한여름이었다. 한약국 내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러 온 코디네이터가 지나가는 말로 "햇빛알레르기도 치료가 되나요"라고 물었다. 사정을 물어보니,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나갈 엄두도 못내고, 나갈 때는 꼭 긴 옷으로 온몸을 싸매고 다닌다고 했다. 햇빛에 심하게 노출되면 물집이나 습진, 오돌토돌한 피부염증으로 가려움증과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햇빛알레르기는 `일광과민성피부염`이라고 하는데, 주요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연고를 바르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에 대한 치법을 일독(一毒)이 신체의 어느 부위에 정체돼 있는가를 찾아 땀과 소변, 대변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쓰거나, 몸의 면역력저하를 원인으로 보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면역을 정상화하는 방법을 쓴다. 전자는 `상한론`과 `금궤요략`이라는 명저에 근거한 고방(古方)의 이론이며, 후자는 `의학입문`과 `동의보감`을 위주로 하는 후세방의 치법이다.

햇빛알레르기는 결국 과민반응의 일종이다. 몸이 피곤하면,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기 쉽다. 마찬가지로 인체도 허약해지면, 외부의 미세한 자극으로도 `경계태세`상태인 `면역과민` 상태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에는 체내에 수분탈수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진액을 보충해주고, 기력을 올려주는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흔히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모두 샌다고 한다. 나는 수년째 환자들에게 무수히 이런 낭설을 들으며 `그러면 밥은 왜 먹습니까, 다 땀으로 샐텐데요`라고 응대한다. 여름이야말로 기운이 떨어지고, 땀으로 진액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때이다. 여름철이 겨울철보다 대상포진환자가 많은 이유가 쉽게 납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상포진 또한 면역력 저하로 나타나는 바이러스질환인 것이다.

한의학이 현대의학의 놀라운 발전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인체의 부족한 부분을 보태주는 보법(補法)과 불필요한 잉여물을 제거하는 사법(瀉法)에 근거하는 균형의학으로 인체 스스로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의 서문(暑門)에는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서 생기는 질환에 쓸 수 있는 요긴한 처방을 참으로 많이 기재해 놓았다. 조선의 왕들과 부유한 사대부들이 여름에 즐겨 먹었다는 `제호탕`,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탈수와 과도한 땀배출로 인한 기력저하에 쓰는 `청서익기탕`, 진액을 보충해주는 최고의 음료이며, 명약인 `생맥산`이 대표적이다. 햇빛알레르기라는 병명에 갇혀 인체를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질환이 생긴 인체의 상황을 꿰뚫어 본다면 진액을 보충해주고, 기력을 올려주는 처방이 햇빛알레르기의 최고의 처방인 것이다.

태양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한다. 태양은 생명에게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활기를 빼앗기도 하는 것이다. 자외선지수가 가뜩이나 높아지는 여름이다. 한 영화에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햇빛 알레르기환자들에게 한마디 권해보고 싶다. 한여름 눈부신 햇살을 회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여름보약으로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수 원광한약국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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