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보람을 느낄 때 행복한 간호사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의 주인공 서서평(엘리자베스 요한나 쉐핑)은 1912년 일제 강점기에 미국 남 장로교의 간호선교사로 조선에 왔다. 이후 22년간 조선인으로 살면서 `성공이 아니라 섬김`(Not Success But Service)이라는 좌우명으로 그가 가진 것을 가난했던 우리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자신은 영양 실조로 풍토병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 1954년 미국의 감리교 간호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38년간 우리나라 간호교육의 발전과 호스피스 사업의 기초를 다지고 가정 호스피스를 정착시킨 왕매련(마리안 킹슬리)선생님도 섬김과 헌신으로 이 땅에서 살았다. 이분들은 자신의 시신까지도 의학용 해부용으로 기증할 정도로 진정한 섬김과 헌신의 삶을 살다간 간호사들이다. 또한 1962년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환자들 스스로 `저주 받은 땅`이라고 부르던 섬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을 43년간이나 돌보다 낡은 여행가방 하나 들고 병든 몸으로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 또한 사랑을 실천한 간호사들이다. 그들이 "치료 받은 환자들이 상태가 좋아져 집으로 돌아갈 때 가족들이 배웅을 나오며 반기고 안아주는 모습을 보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 하듯이 간호사는 자신의 일이 보람으로 다가올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항상 고마운 당신께서 오늘 보석처럼 빛나는 날이 되소서`. 나의 하루는 매일 매일 변함없이 나의 고객으로부터 전해오는 감사의 메시지로 시작된다. 직장암 수술 후 영구장루를 갖게 된 원주에 사는 교장선생님이셨던 나의 고객이다. 그저 간호사로서의 나의 의무를 다한 것뿐인데도 이십 년 이상을 한결같이 안부를 물어주고 계시니 참 감사한 일이다. 환자들뿐 아니라 사랑하는 나의 후배간호사들로부터 전해오는 감사의 말들도 내 삶을 행복하게 한다.

간호사, 특히 전문가로서의 간호사는 인간의 건강유지, 회복, 증진뿐 아니라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실무수행과 교육 및 상담, 후진양성, 실무와 간호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 관리자, 국민의 옹호자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신념을 갖고 정직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신뢰를 져버리고 무단결근 하는 신입간호사들을 보면서 우리 자녀들을 책임감 없고 나약한 존재로 키운 부모로서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소수의 간호사이지만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홀로서기를 해 당당히 한몫을 하고 있는 신입간호사들이 있어 희망을 갖게 되고 힘을 얻는다. 미국의 세계적인 부호 록펠러도 "사람은 보람 있는 일을 할 때 희망이 보인다"라고 말했듯이 나는 오늘도 홀로서기를 한 우리의 신입간호사들이 조그마한 보람을 느끼게 돼 희망을 보게 된다. 그 희망을 넘어 인생을 풍요롭게 변화 시켜 줄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는 간호사임에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소망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이혜옥 건양대병원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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