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개인적인 아픔을 비롯해 가족사에 남아있는 고통, 그리고 사회적인 사건이나 비극의 역사가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우리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상처는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되어야 한다. 육신의 상처는 진단과 치료로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지만 깊게 패인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면서 생활이 피폐해 지기도 한다.

대전 충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중에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통해 조합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데, 사회의 공공성을 생각하는 공익적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스토리밥 작가들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우리사회의 안전문제를 비롯해 대형 참사가 남긴 교훈을 살펴보는 기획연재 글을 4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매달 한차례 씩 관련 주제를 찾아 취재를 하거나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들이 이런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상처를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누군가의 상처를 함께 공감하는 과정에서 고통은 줄어들 수 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은 문신처럼 남아있는 아픔보다 잊혀지는 고통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 계룡산에서는 `대전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대회가 열린다. 대회 프로그램의 일부에는 역사가 남긴 상처를 생각하는 순서가 포함되어 있다.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을 돌아보면서 시대적인 비극부터 개인사 고통의 흉터까지, 상처를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지역의 작가들이 역사의 상처와 지워지지 않는 개인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지닌다. 문학의 역할 중 하나가 공감을 통한 치유의 기능이다. 한 줄의 문장과 한 편의 소설은 아픈 자리를 다독거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들이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은 우리사회의 건강성 회복과 작가의 책무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정덕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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