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당내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비대위 체제를 통한 조기전당대회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마땅한 대표 선수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당내 분란만 더욱 가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충청권 등 초선의원들이 중진 후퇴론을 주장하고, 최근 물러난 홍준표 전 당대표 역시 친박계 등 인적청산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당 지도부 구성방식 등을 놓고서도 당내 갈등이 촉발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전당대회보다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언제 어떤식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 비대위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위원장 선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던 인사들이 한국당 간판으로 나설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최근 열린 의총에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발언대에 올라 당의 쇄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며 홍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하는 등 계파갈등을 촉발시켰다. 친박계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이번엔 비박계 일부에서 당의 몰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친박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당 안팎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대표도 SNS을 통해 친박계 등 인적쇄신을 하지 못한 부분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청산 대상 의원들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당내 초선의원들 역시 당의 쇄신을 위해 중진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이은권(대전 중구), 성일종(충남 서산·태안)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은 정계를 은퇴하고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초선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6선 김무성 의원은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인적 쇄신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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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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