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러시아월드컵으로 해외 응원 원정길에 오른 박용식 씨가 러시아 현지에서 페이스페인팅 등 준비를 마친 뒤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 박용식 씨 제공
지난 15일 러시아월드컵으로 해외 응원 원정길에 오른 박용식 씨가 러시아 현지에서 페이스페인팅 등 준비를 마친 뒤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 박용식 씨 제공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퍼진 애국가가 가슴을 흔들었습니다."

24년 간 대한민국을 위해 해외를 누빈 이가 있다. 아리랑응원단과 레드엔젤 총단장을 맞고 있는 박용식(56·대전 서구 만년동)씨다. 이번 러시아월드컵도 변함이 없다. 오는 18일 대한민국 첫 경기인 스웨덴전을 앞두고 그는 지난 15일 출국길에 올랐다. 1994년 미국월드컵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과 올림픽을 찾는 횟수만 자그마치 54회. 모두 자비를 들여서 대회를 찾았다. 한 때 20대 젊은이였던 그는 어느새 지천명을 넘어서 있었다.

박씨는 "1994년 당시만 해도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첫 응원에서 `애국`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그렇게 현재까지 응원을 해왔고 함께 해외를 누비며 응원을 시작한 단원들도 전부 50대 이상이 됐다. 그러나 열정은 누구 못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의 응원은 독특하다. 얼굴에 직접 태극무늬를 그리고 태극조끼를 만들어 입는다. 이유는 응원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모인 축제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서다. 박씨는 처음 태극조끼를 제작해 응원을 한 이가 자신이라고도 설명했다. 외신이나 언론도 그의 개성을 가만보지 않았다. 앞다퉈 `대한민국 이색 응원단`으로 소개했다.

박씨는 해외 응원 출정을 혼자 가지 않는다. 매회 해외에서 경기가 열릴 때 마다 대전지역의 불우청소년과 동행한다. 대전 대덕구 연축동의 성우보육원 청소년들이다. 2010년 열린 남아공월드컵은 자신의 출정기회를 불우청소년에게 넘기기도 했다.

박씨는 "남아공월드컵 당시 청소년 1명과 다녀오려고 했지만 다른 친구가 주눅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원정을 포기하고 청소년 2명을 보냈다"며 "당연히 모든 숙식은 자비로 후원했다. 불우청소년들이 직접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선행을 베푸는 이유는 그의 어려웠던 시절에서 출발한다. 청소년 시절 가난하게 자랐던 그는 아버지를 여의고 힘들게 자랐다. 그 때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면 불우청소년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보육원 청소년들을 돕기 시작해, 나중에는 구청 복지과를 찾아 직접 후원에 나섰다. 그 중 한 청소년은 국내 우수 대학을 졸업해 법조인이 됐다. 아직도 명절이면 고맙다는 전화가 온다. 그는 그 것만으로도 족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월드컵은 원래 경기력이 강한 국가들이 올라오는 것.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강국을 만나 1무 2패 결과를 냈다. 공은 둥글다. 경기력을 걱정하지 말고 우리 태극전사들의 땀과 노력을 응원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 까지 대한민국을 응원할 생각이다. 또 지역 청소년들 또한 후원을 지속해 앞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