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감시 기능 약화 우려

14일 오전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및 국회의원, 5개 구청장·기초의원 당선인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기 위해 현충탑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호철 기자
14일 오전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및 국회의원, 5개 구청장·기초의원 당선인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기 위해 현충탑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호철 기자
6·13 지방선거 선거 결과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여대야소` 형국이 됐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인 명부에 따르면 충청권 4개 단체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인이 차지했다. 대전 허태정·세종 이춘희·충남 양승조·충북 이시종 당선인이 앞으로 4년 간 시·도정을 이끈다. 이를 견제·감시할 시·도의회도 대전은 22석(비례 포함) 중 21석, 세종 18석 중 17석, 충남 42석 중 33석, 충북 32석 중 28석이 민주당 소속으로 채워졌다.

우선 대전은 지역구 19곳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대야소 시의회가 구성됐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지역구 14석을 차지해 시의회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6·13 지방선거 결과 야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우애자 당선인이 제8대 대전시의회에 입성했지만 비례대표와 초선이라는 경력, 압도적인 정당 구성 비율 등으로 한국당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는 미지수다.

충남의 경우 지방선거 결과 여야간 의석수가 뒤집어 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충남도의원(광역의원)은 야당이 과반 넘게 차지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충남 도민들은 여당인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며 도의회를 여대야소로 만들어 준 것. 충남 도의원 42석 중 민주당 33석, 한국당 8석, 정의당 1석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제10대 의회(새정치민주연합 10석·새누리당 30석)와 상반된 형국이다.

기초단체장 역시 민주당이 휩쓸었다. 대전 5개 구청장 모두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됐고,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덕에서도 여성으로서는 처음인 박정현 당선인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싸운 한국당 박수범 후보를 눌렀다. 충남 기초단체장도 15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1석, 자유한국당은 4석으로 구성된다. 보령·홍성·예산·서천에서 한국당 당선자가 나왔을 뿐 나머지 지역은 민주당 당선자가 앞으로 4년 간 각 시·군을 이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천안·아산·당진·논산·계룡 등 5곳에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나온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충북도 11개 중 7곳이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석권하며 민주당의 거센 바람을 재확인했다.

광역단체장과 의회가 같은 당 소속으로 구성되면서 시·도정의 각종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의회의 중추적인 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새누리당이 다수였던 시절 충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와 의장단 구성 등을 독단적으로 처리해 소수 민주당 의원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고, 충남도인권조례를 폐지해 집행부는 물론 지역 시민단체들과도 갈등을 초래한 바 있다. 논란의 양상은 다를지라도 여대야소 형국에서는 의회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주당은 각종 호재로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파란물결을 일으켰다. 광역의회는 물론 기초의회 까지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는데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집행부와 의회가 같은 당인 만큼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권한을 남용한다면 다음 선거인 총선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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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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