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충무로가 주목하는 감독 백승화가 신작 `오목소녀`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제19 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장편 부문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기원 알바생 `이바둑`에게 찾아온 한판 승부를 담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오목대회 1위 상금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고, 친구 영남과 함께 출전을 하지만 1회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맛보게 된다. 그곳에서 오목최강자 `김안경`을 만나게 되고 이들은 1등 상금 300만 원이 걸린 `전국천하제일오목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기존 웹드라마 용으로 제작됐던 영화인 탓에 57분의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오목을 두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두 사람이 바둑판에 바둑돌을 놓아 5개를 먼저 나란히 놓은 사람이 이기는 일종의 놀이를 뜻하는 오목. 이 영화는 `별 거 아닌 오목 덕분에 일상이 조금 더 즐거워진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 여고생 만복이 자신의 삶에 울린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걷기왕`으로 호평 받았던 백 감독이 이번에는 오목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특유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의 정점을 선보였다. 또 라이징 스타로 손꼽히는 박세완, 안우연, 이지원, 장햇살의 신선한 조합으로 영화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먼저 2017년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시작으로 `학교 2017`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박세완은 이 영화에서 에서 바둑 신동으로 태어났지만 현실은 기원 알바생인 주인공 `이바둑`으로 분했다

또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등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안우연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오목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김안경`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안우연은 장난끼 있지만 동시에 순수해보이는 매력으로 극 중 `이바둑`을 오목대회로 끌어들이는 인물이자 그녀의 라이벌로 등장해 능청스러운 모습 뒤에 반전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희생 부활자` 등을 통해 일찌감치 발군의 연기력을 입증한 아역 배우 이지원이 거침없는 말과 행동의 `조영남`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다음으로 `용순`을 통해 매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장햇살이 `이바둑`의 동거인으로 등장해 싱그러운 조합을 완성했다.

영화 속에서도 백 감독 특유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백 감독은 시나리오 속 여러 장치들을 수정하며 좀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본인만의 감성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대중들에게 심심풀이용 보드게임으로만 인식되고 있던 오목에도 복잡한 기준과 규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오목`이라는 가볍게만 생각했던 `게임`을 주인공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하나의 스포츠로 임한다. 이들의 진지함에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잔잔한 울림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린시절 바둑을 두는 아버지를 졸라 오목 한판을 함께 두며 웃을 수 있었고, 쉬는시간 친구와 함께 줄노트에 금을 그어 까만 동그라미와 흰 동그라미를 그리며 두었던, 오목만으로도 즐거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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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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