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나들이]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반핵활동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행보에 직감적으로 담아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서슴지 않고 발언함으로써 일본 내 경제적 이익집단들과 부딪혀왔다. 이런 그의 행보에 일본 내 매체들마저 암묵적으로 입을 닫고 있던 때, 쉬블 감독은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보다 많은 메시지들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쉬블 감독은 결코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는 않았다. 다만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아티스트가 개인의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예술로 들어내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이 영화 속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종종 바흐의 곡을 연주한다. 바흐는 `코랄 전주곡`이라는 이름의 찬송가를 많이 작곡했는데 당시 유럽 전반에 녹아있는 전염병, 굶주림, 억압 등의 상황들에 대해 기도문을 암송하며 음표 하나하나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 시대와 현 시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언급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분단과 폭력성을 종종 언급해왔기에 그가 코랄 전주곡에 가지는 관심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점차 완성되어 가는 류이치 사카모토만의 코랄 전주곡 ``solari`는 바흐 그리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영화 속에서 차용된 곡과는 전혀 색다른 매력으로 재탄생해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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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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