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급여 인상·휴가 활성화 등 환경 개선

14일 조달청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달청 제공
14일 조달청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달청 제공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단어가 최근 자주 회자된다. `과로사회`, `저녁이 없는 삶`으로 일컬어진 한국 근로문화에 대한 반작용이다. 한국의 1인당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더 일한다. 장시간 노동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 출산율 저하라는 국가적 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워라밸은 국민 개개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표면적 효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루 평균 100건의 상담을 처리한다. 5시간 이상 통화. 단순히 근무시간이 아니라 상담자의 얘기를 듣고 또 설명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이부터 욕설을 해대는 진상고객까지 응대하는 극한의 감정노동을 끝내고 나면 머리 뿐 아니라 온 몸이 녹초가 된다. 업무 강도에 비하면 최저 임금 언저리의 보수는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한다. 콜센터 직원의 하루다.

콜센터 상담사들의 이직률은 많은 직업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직영체제로 운영해 나름 사정이 좋다는 조달청 콜센터도 2014년에만 직원 43%가 자리를 옮겨나갔다. 5만여 공공기관과 38만여 조달업체를 상대하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타 콜센터에 비해 높다. 업계 평균 4시간 남짓한 순 통화시간이 5시간 54분에 달하고 하루 평균 115건을 상담한다.

한 텔레마케팅업계 관계자는 "콜센터는 공공기관이더라도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위탁 운영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되면 직영과 비교해 보수가 크게는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업무 특성상 전문성이 요구돼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 등 때문에 2004년부터 콜센터를 직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절반에 가까운 직원들이 나가고 새로 교육하고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이 다시 나가는 악순환을 계속해왔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15년부터다. 센터 관리자로 부임한 박현자 사무관은 근무환경부터 개선했다. 공기청정기 2대를 신형으로 교체했고 직원 휴게실 환경을 개선했다. 76명의 인원과 150대의 컴퓨터, 150대의 모니터, 서버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는 상담사들을 가장 괴롭히는 환경이었다. 냉·난방기를 새로 설치하자 가장 많은 갈채를 받았다.

경찰교육원을 졸라 어렵게 힐링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작업이다 보니 매너리즘이 오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명 증세를 호소하는 상담사들도 많았다. 힐링교육을 받은 상담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낮아지자 올해는 아예 자체 힐링캠프를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급여를 200만원대로 인상했다. 170만원대였던 전년에 비해 인상폭이 16.3%에 달했다. 한 상담사는 "가족 외식을 전보다 더 자주할 수 있게 됐고 남편에게 옷 한 벌 사주는 재미가 생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는 일·가정 양립으로까지 눈을 돌렸다. 상담사들은 업무 특성상 장기 휴가를 내기 어려운데 최대 5일까지 휴가를 갈 수 있도록 연가 활성화를 추진했다. 대전청사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여성 직원들이 대부분인 조달청 콜센터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상담사는 "청사 어린이집은 인기가 높지만 들어오고 싶어도 직원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면서 "조달청 직원이라는 자부심도 크고 가까이 아이가 있으니 안심도 된다"고 말했다.

이곳의 이직률은 2015년 26.7%로 떨어졌고 올해는 10.1% 수준이다. 4년 전만 해도 1년에 4번 직원을 새로 뽑았지만 올해는 상·하반기 2회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근무환경이 좋다는 소문이 콜센터 업계에 퍼져 새로 직원을 구하기도 쉬워졌다. 2014년 모집 때만해도 경쟁률이 3대1이었는데 지난 5월 모집 때는 22.3대1까지 치솟았다.

박현자 사무관은 "무기계약직으로 지위가 안정적이라 은행권 10년차 상담사까지 지원하고 있다"면서 "워라밸은 업무성과로 연결되는 만큼 앞으로도 직원들 삶의 질 향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달청 콜센터의 서비스 만족도는 2014년 83.6점에서 2015년 85.5점, 2016년 86.1점, 2017년 87.1점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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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달청 콜센터 모습. 상담사들이 분주하게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달청 제공
14일 조달청 콜센터 모습. 상담사들이 분주하게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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