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를 보면 충청권 보수정치권도 만만찮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임을 직감케 한다. 광역단체장 선거를 비롯해 상당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의 독과점 현상이 현실화된 데다 충남 천안(갑·병)과 충북 제천·단양에서 동시 실시된 재보궐선거 지역에서도 보수진영 후보들은 해당 지역 유권자들 선택을 못 받았다. 이런 결과는 흔히 하는 말로 `역대급` 완패로 규정할 만하다. 그것도 천길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에 비유된다. 정치세력으로서 존속여부를 걱정해야 할 만큼 사정이 심각해졌다고 봐야 한다.

민선 7기 선거를 기점으로 충청권에서 민주당 지방정부 권력은 한층 견고해졌다. 민선 6기를 포함해 대전·세종은 8년 아성을 구축하게 됐으며 충남·북 에서는 12년 독주체제가 갖추어진 셈이다. 시·도정부 행정권력을 분점하는 충청권 31곳 기초단체 수장들도 민주당 소속 인사들에 의해 압도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귀결은 한편 생각하면 예고된 측면이 없지 않다. 현역 불패를 기록한 세종·충북 광역단체장 선거는 기실 역부족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충남의 경우도 큰 틀에서 접근하면 본질적인 사정이 흡사했다고 할 수 있다. 직전 단체장들의 불명예 퇴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당 후보들의 위력적인 바람 앞에선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번 선거는 여야 지역 정치지형까지 뒤흔들었다. 여당이 재보선 지역을 편식함으로써 20대 총선 때 여당 열세의 의석수를 역전시키면서 `여대야소` 구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선거민주주의에서 유권자 표심은 준엄하기 그지없다. 그런 면에서 지역 보수정치권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한 없이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동안 보편적 보수 가치와 이미지로 지역민을 대의해왔지만 앞으로는 역부족일 일 수 있다.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확장시킬 만한 새 가치 발굴과 함께 리더십을 재창출해야 그나마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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