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선 먹고 사는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을 리 없다. 지방선거와 북미정상회담에 함몰돼 있는 사이 곳곳에서 드러난 여러 경제 지표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30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300조 2000억 원으로 한달 만에 2조 1000억 원 불어났다. 관련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래 최대 규모다. 골목경제를 상징하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사정이 특히 심각하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고금리 대출이 급증하는 등 질이 대단히 좋지 않다.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것도 걸린다. 지난해까지 4000억 원대였던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올 3월 5000억 원대에 진입하더니 지난달 6000억 원을 넘어섰다. 비자발적 실업의 추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불길한 증가다. 거시경제지표도 심상치 않다.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이 올 성장률을 2.7-2.9%로 낮춰 잡은 지 오래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국책연구기관 조차 하반기 신규 취업자수를 정부 계획의 절반인 10만 명대 후반으로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의 영향이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건만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부칠 태세다.

수출이 다소 호조세라고는 하나 반도체 착시 효과와 국제 원유 값 인상에 따라 유화제품 단가가 오른 걸 감안하면 별 의미가 없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테이블에 보호무역 강화가 오른 걸로 볼 때 글로벌 경제도 녹록치 않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표를 의식할 이유가 사라졌고, 북미정상회담도 일단락됐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활성화에 두고,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등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시기다. 정치권도 분발해야 한다.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여야도 당리당략을 떠나 먹고 사는 걸 해결해달라는 촉구다. 침체의 터널에 들어서고 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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