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생` 문제는 남·북·미회담과 지방선거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잠시 숨 죽이고 있었지만, 이제 여기 저기에서 심각한 비명이 들려올 것이다.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과 치솟는 임대료 등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특히 지역경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살아나야 활성화된다.

`소상공인`이란 소기업 중에서도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종업원을 두고 음식점을 경영하거나,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제조업 등의 경영자를 뜻한다. 이와 같은 소규모 사업체는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사업체의 85%인 300만 개에 달하며,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무려 6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의 가족들 숫자까지 감안한다면 상당한 국민들이 소상공인의 어려운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작성한 `e-나라지표`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경기상황·매출상황·자금사정 등을 나타내는 소상공인 `체감BSI`는 악화 일로에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소상공인도 상당 수 존재하지만, 매년 40만개가 넘는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있고, 2020년에는 50만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규모 음식점과 같이 은퇴자들의 활로로 알려진 생계형 업종의 경우 과다경쟁과 과다퇴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업체 수나 종사자 규모의 측면에서 볼 때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사회적·경제적 비중에 비해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매년 수십만의 소상공인이 폐업함으로써 실업자가 양산되고, 국가적으로도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살아있는 증거이다. 이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일자리창출정책은 무엇보다 이러한 소상공인의 절박한 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소상공인 활성화 정책은 중앙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세제혜택이나 창업자금 등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법적·제도적 측면의 정비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궁중족발` 사건에서 보았듯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불상사는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자영업자의 소득증가율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상태에서 임대료만 급격히 인상된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가 발 벗고 나서서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의 연장과 임대료 인상 규제 등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6월 현재 23건이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고, 소상공인들의 비명이 하늘을 찔러도 국회는 관련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무의미한 정쟁만 일삼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의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지역경제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출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소상공인보호·지원법`,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의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관련 법률의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동안 외쳐왔던 민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게 된다.

소상공인의 자생력과 경쟁력 확보를 통한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특단의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민선 7기 지방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피폐해진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 후생과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우며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의해 골목상권이 초토화됐고, 유통산업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지방정부가 대형쇼핑몰을 앞 다투어 인허가한 이후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던 `우(愚)`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 특히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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