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유람]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유네스코 브랜드를 만나다'

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은 매력적이다. 미국에서는 아예 동유럽이나 발트해 연안 국가들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광주·전남권에도 `유네스코`의 인증을 받은 세계유산이 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이 지난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지난 4월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남도의 유네스코 유산을 찾아 신팔도유람을 떠나보자.

◇무등산 주상절리대, 8700만년의 시간이 빚어낸 조각품

"(입석대를 지날 때) 돌기둥이 우뚝 서 있어서 이곳이 도대체 무릉도원(武陵桃源)인가, 장가계(張家界)인가 싶었죠."

전주에서 거주하는 김형중(59)·이순덕(58) 부부는 지난 5월 12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무등산 산행에 나섰다. 증심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3시간여 동안 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를 차례로 거쳐 무등산 정상(지왕봉)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날은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에 인증된 것을 기념하는 범시민 대축제가 펼쳐진 날이었다. 1966년 군부대 주둔 이후 일반인들은 무등산 정상을 아무 때나 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정상 개방일을 놓칠 순 없었다.

유네스코는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204차 집행이사회를 열고 무등산권 지질공원을 `세계 지질공원`(Global Geopark)으로 인증했다. 전 세계적으로 137번째, 국내에서는 제주도(2010년)와 경북 청송(2017년)에 이어 3번째다.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네크워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수려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지질학적·역사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천연의 지질자원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탐방객을 유치하는 새로운 차원의 관광모델인 `지오 투어리즘`(Geo-Tourism)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무등산을 처음 오른 이들은 연필을 곧추세워 놓은 듯 하늘로 우뚝 솟은 돌기둥들의 모습에 놀란다. 무등산의 상징인 돌기둥 입석대와 병풍처럼 펼쳐진 서석대, 광석대 주상절리(柱狀節理), 큼직한 바위가 무수히 널려있는 `너덜겅` 등이다.

놀랍게도 이같은 모양은 무등산이 까마득한 과거에 화산활동을 했었음을 증명한다.

전남대 무등산권 지질관광사업단(단장 허민 부총장) 연구에 따르면 공룡들의 세상이던 중생대 백악기 말, 지금으로부터 8700만~8500만 년 전 시기에 무등산에서 모두 3차례 거대한 화산폭발이 있었다. 그 결과 무등산 정상 3봉(천왕봉·지왕봉·인왕봉)을 비롯해 서석대·입석대·광석대 주상절리와 덕산 너덜·지공너덜, 풍혈, 백마능선, 장불재, 시무지기 폭포, 화순 적벽, 화순 백아산 석회동굴, 화순 서유리 공룡화석지 등 23곳의 지질명소가 만들어졌다.

무등산 주상절리는 5각형이나 6각형 기둥형태를 하고 있다. 해발 750~1187m 사이에 주로 형성돼 있다. 입석대나 서석대 주상절리의 경우 면너비가 1~2m인데 비해 천왕봉·지왕봉 지역은 2~3m, 규봉암 뒤편 광석대는 2~7m 크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최소 3차례에 걸쳐 분출된 화산암체가 냉각과 동시에 수축되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입석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장불재~안양산 일대 능선인 백마능선을 만날 수 있다. 백마능선은 마치 말잔등처럼 미끈하게 뻗어있는 형상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장불재를 넘어 규봉암 방향으로 걷다보면 지공너덜을 만날 수 있다. 암괴류라고 부르는 `너덜`은 주상절리나 암석 덩어리가 풍화 등에 의해 부서진 뒤 무너져 산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돌무더기를 뜻한다. 증심사에서 토끼등을 오르는 길에는 덕산너덜을 만날 수 있다.

◇화순 효산리~대신리 보검재에 고인돌 596기 밀집

유네스코는 지난 2000년 12월 화순과 고창, 강화도의 고인돌 유적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했다.

화순의 경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보검재(일명 보성재·해발 188.5m) 계곡 일대 4㎞ 범위 안에 ▲괴바위 고인돌지구(47기) ▲관청바위 고인돌지구(190기) ▲달바위 고인돌지구(40기) ▲핑매바위 고인돌지구(133기) ▲감태바위 고인돌지구(140기) ▲대신리 발굴지(46기) 등 모두 596기의 고인돌이 밀집해 있다.

"화순에서는 탁자식과 바둑판식, 개석식(蓋石式)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핑매바위)이 있고, 덮개돌을 떼어낸 고인돌 채석장 흔적도 남아 있는데 대단한 거죠."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 다께다 지에미(武田智惠美·54)씨는 "보통 평일에는 50~100명, 토·일요일에는 300명이 넘게 찾아올 때도 있다"면서 "(화순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어서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도 개인이나 가족단위로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효산리에 `고인돌 선사체험장`이 조성됐다. 나무기둥을 뾰족하게 깎아 세운 울타리 안쪽에 망루와 원형움집, 방형움집, 고상가옥, 길쭉한 반움집 형태의 공동생활 공간인 `세장방형 움집` 등이 재연돼 있다. 또한 주말에 사전 신청을 받아 청동기시대 당시 화살촉 만들기와 토기에 밥 짓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의 화순군 문화관광과 061-379-3178) 한신협 광주일보=송기동 기자 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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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안드레아스 쉴러, 사 리나 위원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실사단이 무등산국립공원 입석대를 둘러보고 있다. 전날 광주에 도착한 이들은 14일까지 무등산 권역에 머물며 세계지질공원 인증 현장실사를 한다.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12일 안드레아스 쉴러, 사 리나 위원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실사단이 무등산국립공원 입석대를 둘러보고 있다. 전날 광주에 도착한 이들은 14일까지 무등산 권역에 머물며 세계지질공원 인증 현장실사를 한다.사진=광주일보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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