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금융권이 정규 신입직원을 선발할 때 성별이나 출신학교, 출신지 차별을 금지하고 임직원추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대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들이 이 달 말까지 방안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구체적인 움직임 없이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의 잇단 채용 비리로 국민의 지탄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채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른 건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최고책임자까지 연루 의혹에 휩싸여 퇴진하면서다. 구원투수 격으로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6개 금융협회장 간담회를 열어 채용 모범규준 도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개별 금융회사의 재량권으로 받아 들여진 고학력자와 남성 우대, 임직원 추천제도 등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폐지하라는 당부다.

물론 금융당국의 수장이 채용까지 압박하고 나선 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채용 비리를 빌미로 전체 금융권에 획일적 절차를 적용하라는 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채용 모범규준 도입은 긍정적 기능도 상당하다. 을의 처지인 제2 금융권 입장에서는 부정 청탁이나 압력을 차단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관치금융이라고 거부감을 보일 일도 아니다.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인사 자율성을 확보 못할 이유가 없다.

채용 모범규준은 최악의 청년실업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예비 금융인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금수저들이 금융권 취업 문턱을 손쉽게 넘는 사이 흙수저들은 깜깜이 채용 방식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 온 게 사실이다. 제2 금융권 특성을 고려하고, 개별금융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방식을 분명히 제시한다면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금융당국도 밀어 부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금융권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도입을 유도해야 조기에 정착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